유럽투자자, 韓 커버드본드시장 눈독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3.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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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갓프리 CS 아시아 구조화상품 대표 "안전한 모기지 유동화 수단"

이 기사는 03월12일(10: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 주택금융시장에서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리 갓프리 대표▲리 갓프리 대표


리 갓프리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이하 CS) 아시아 구조화상품 부분 대표(사진)가 한국 주택금융시장에 첫 발을 내딛으며 한 말이다. 파트너가 되고 싶은 리 갓프리 대표가 들고 온 것은 '커버드본드(Covered Bond)'였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이전없이 발행이 가능해 ABS보다 더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에서도 한 발 비켜서 있어 안전자산 중에 안전자산이다.



국내금융회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장기 외화조달에 차질이 발생했고 대안을 찾던 가운데 커버드본드가 막힌 외화조달길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를 원화로 발행한다면 은행채·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이외의 자금 조달길이 생긴다.

갓프리 대표는 12일 "한국의 모기지 유동화는 RMBS를 통해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활성화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커버드본드는 한국 내 유동화시장에서 더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유동화를 통한 원화자금 조달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또 "덴마크와 스웨덴 등 유로존 국가가 아닌 경우 커버드 본드 발행을 통해 외화조달 차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원화와 외화조달 목적 어느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유럽의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회사가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투자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다 한국 금융회사가 가진 모기지 자산은 커버드본드 발행에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은 수준에서 제한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채권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커버드본드로 발행할 경우 높은 신용등급(대부분이 AAA)을 받고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커버드본드가 RMBS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상품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보완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갓프리 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RMBS는 신용경색여파로 유동성이 떨어진 반면 커버드본드는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투자자 역시 RMBS와 커버드본드 투자자가 있는 만큼 두 상품이 완전한 대체를 이루기보다는 서로 보완해가며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커버드본드는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국내상황에서는 먼 이야기이다. 신종 채권인만큼 국내에서는 발행 근거가 빈약하다. 자산유동화법이나 담보부사채 신탁법에서 찾는다고 해도 커버드본드의 핵심 요소인 '이중 청구권'을 보장해줄만한 법적 근거를 뚜렷하게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의 발빠른 움직임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갓프리 대표는 "감독당국은 지금보다 더 쉽고 간단하고, 유연하게 자산을 유동화하고 증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간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커버드본드의 경우 이중 청구권 보장을 위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버드본드의 발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투자자보호와 연관돼 있다"며 "발행자가 파산할 경우 어떤 규정을 적용할 것인가, 어떤 절차로 유동화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인가 등이 마련돼야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커버드본드의 유동화 자산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주택관련대출의 부실에서 시작됐고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우, 건설경기 하향과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결국 커버드본드의 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갓프리 대표는 그러나 "교과서적으로 생각하면 커버드본드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신용경색 이후 AAA등급 커버드본드가 AA+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자산 교체를 통해 AAA등급으로 복귀했다"며 "투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CS는 한국에서 첫 발행자가 은행, 이후 보험사도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CS가 한국 주택금융시장에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한국시장 공략 준비에 나섰다. CS는 아시아 모기지 증권 관련 핵심 시장으로 한국과 일본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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