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공천 '개봉박두'···피말리는 한나라당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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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공천살생부에 '발칵'...공심위 계파갈등으로 연일파행

한나라당이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 모드에 접어들고 있다. 영남 공천 발표를 앞두고 대구경북(TK)·부산경남(PK)의 현역 의원들은 물론 아직 공천을 내정받지 못한 공천 후보자들도 피말리는 초긴장 상태다.

당내에선 현역 의원 탈락자가 구체적으로 거명된 '공천살생부' 명단이 떠돌아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계파간 갈등으로 공천 심사가 연일 파행을 빚는 등 공천 후유증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 떠도는 살생부, 현역 '노심초사'= 한나라당은 이른바 '물갈이 괴담'으로 며칠째 발칵 뒤집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의 존재와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살생부 리스트에는 '친이-친박' 양대 계파의 현역 의원 20명~30명 가량의 명단이 들어 있으며 TK, PK와 서울 일부 지역의 두 계파 핵심 의원 상당수가 '물갈이' 대상에 올라 있다. 특히 현재까지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죄다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당내에선 명부 그대로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이규택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살생부가 돌아 다니는 걸 봤는데 실제 (공천 결과와) 다 맞는 것 같다"며 "사전 각본이 있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천한 친이계 이원복 의원도 "들리는 얘기로는 이명박계에도 A급, B급, C급이 있고 성골, 진골이 있다는데 내가 C급쯤 돼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통령보다는 중간보스들에게 줄을 잘 선게 기준이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의원들에 의해 공천이 막후 조종되고 있다는 의미다.

◇ 파행 공심위, 영남공천 일정 차질= 영남권과 서울 '강남벨트' 등 민감한 전략 지역의 공천을 앞두고 공심위가 파행하는 일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공심위는 11일 서울 및 강원 일부 지역에 대한 공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회의는 서울 송파병 공천을 둘러싼 공심위원간 논박으로 파행했다. 전날 같은 문제로 공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낸 데 이어 연이틀 파행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공심위는 이날 오후 가까스로 회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심위원들간 이견으로 정상적인 심사가 진행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서울 별도심사 지역과 영남권의 공천 발표가 며칠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영남 지역의 폭발력을 감안할 때 계파간 다툼으로 공심위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영남 공천 발표가) 예정보다 한참이나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親朴 "탈당후 무소속연대" 배수진=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측 공천 탈락자들 사이의 집단 행동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며칠째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규택 의원 등 친박 낙천 의원 일부와 원외 당협위원장 등은 지난 10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서 함께 가느냐, 무소속 연대를 만든 뒤 창당준비위를 만들어 다른 당과 연합이나 합당할 것인지, 혹은 각자 갈 것인지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당 후 느슨한 연합체인 무소속 연대를 꾸리거나 신당 창당, 제3 정당 입당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친박 성향의 한 공천 탈락자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와 함께 참주인연합 입당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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