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소송서류 송달 잘못, 국가가 배상 해야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3.11 12:19
글자크기

대법, 집배원 과실로 피해 입었다면 국가 일부 배상책임 있어

집배원의 실수로 법원 소송문서가 엉뚱한 곳으로 배달돼 피해가 생겼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토지사기 피해자 K씨(45·여)가 "집배원이 문서를 제3자에게 배달해 사기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3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토지사기단 3명은 2001년, 재미교포 C씨 소유의 경기도 고양시 소재 임야 5500여평에 대해 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C씨가 국내에 없는 점을 악용해 땅을 통째로 가로채려 했던 것.



사기단은 농촌지역의 한 주택을 C씨의 주소지로 법원에 허위 신고한 뒤 이 집의 실제 주인에게 '소송서류가 오면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집배원은 소송서류를 배달하면서 "땅 주인이 여기 살고있다"는 집주인 말만 믿고 우편 송달통지서에 C씨가 직접 우편물을 수령한 것처럼 기록했다.



이후 법원은 소송서류를 발송했는데도 C씨가 재판에 나오지 않자, 소송당사자가 서류를 송달받고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에 따라 토지사기단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기단은 이 땅을 K씨에게 팔아 계약금 등으로 5억원을 챙겼다. K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실제 땅 주인이 C씨로 밝혀지고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집배원이 다른 사람 명의의 소송서류를 송달하면서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다만 거액의 부동산을 사면서 좀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원고의 책임도 인정, 국가배상 책임을 80%로 한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