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갈 곳 없는 '샌드위치 증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3.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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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현물·선물, '기댈 곳이 없다'

'샌드위치'

한 대기업 회장이 한국경제의 현실을 빗대 표현하기 위해 거론한 음식이다. 정확히 말하면 샌드위치가 아니라 샌드위치 '속'이라고 표현해야 맞겠지만, 지금 국내증시가 꼭 '샌드위치 속' 같은 신세다.

아무리 국내경기지표가 견조하다고 하더라도 연일 바다와 대륙 양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재를 샌드위치 속은 벗어날 길이 없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데다 중국본토 시장도 긴축 우려로 연일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미국증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넘어서고, 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 악재들이 재차 불거지면서 또 다시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53.54포인트(1.29%) 하락한 1만1740.15를, S&P500지수는 20.00포인트(1.55%) 내린 1273.37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43.15포인트(1.95%) 떨어진 2169.34로 마감했다.

중국의 긴축우려와 미국 경기침체 여파는 지난해 국내증시 주도주였던 조선, 기계, 철강 등 중국관련주를 강타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진행되는동안 중국당국이 '성장보다는 물가억제'라는 긴축기조를 바꿀 만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무역흑자가 1년만에 전월대비 64%급감한 것도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를 증폭시켰고, 전일 중국본토증시는 4%가까이 급락했다.

대외변수 뿐 아니라 지난해 펀드 열풍의 주역이자 국내 증시의 자랑거리로 꼽히던 '수급'상황도 마찬가지다.


외인들은 유동성 풍부한 한국시장에서 지루하리만치 현물 매도공세를 계속하고 있고, 선물 시장에서 역시 매도 포지션을 차곡차곡 쌓으며 '샌드위치 속'을 에워싸고 있다. 하루이틀 매수우위에 기뻐할 때가 아니다. 최근 매수는 매도 공세로 심심치 않게 이익을 거둔 외인들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씩 맛을 보면서도 더 익혀먹을 양식을 꾸준히 쌓아두고 있다.

3월물만 2만4000계약의 누적 매도 포지션을 지닌 외국인들이 상당부분 6월물로 롤오버(이월)하면서 주가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 전일 3800계약을 순매수했지만 매도 포지션 '청산'은 전체 매도포지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차익 프로그램 매수 역시 기뻐할 소식은 아니다.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가운데 외인의 일부 환매수로 인한 베이시스 개선이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고는 있지만, 이 물량은 다시 만기전에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외인의 누적 매도포지션, 즉 하락장 베팅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샌드위치 빵이 상했다고 속까지 모두 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 빵만 바꿔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만한 속이 남아있다.



국내증시 전문가들은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와 조선, 기계 등 투신권의 선호업종을 꼽고 있다.

일본 와타나베 부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원엔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IT·자동차 등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주력 수출기업에 청신호를 비추고 있다는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은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가계부채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과 같은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에도 귀 기울여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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