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탈락자들 '항변'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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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왜곡에 철새·비리전력자 공천"...공심위 비판 봇물

"뒤늦게 알고보니 가상대결은 하지도 않고 이미 내정된 후보를 공천했더군요(경기 A지역 공천탈락자)"

"10년 동안 저쪽 여당에서 누릴 거 다 누리고, 이제 정권을 잡으니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게 말이 됩니까(충청 B지역 공천탈락자)"

"공천 신청자 금고 이상은 안 된다더니 금품제공 선거사범에게 공천을 주다니요..(인천 C지역 공천탈락자"



한나라당 '공천전쟁'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두툼한 반박 자료를 뿌리고 가는 일도 다반사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 탈락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한다.



공천 탈락자들의 '항의의 변(辯)'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지역 여론조사를 무시한 불공정 공천이란 항변이 가장 많다.

지난 6일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박근혜 전 대표측)' 한선교(용인 수지)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내가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고, 다시 나오면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42.4%였음에도 공심위가 표적공천을 했다"며 '친이' 윤건영 의원에게 공천을 준 공심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 기준인 지지도 및 당선 가능성을 무시하고 '친박'이라는 이유로 보복공천을 했다는 의미다. 인천 남동을에서 탈락한 이원복 의원도 "가상대결 결과 공천 내정자인 조전혁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왜 탈락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재심을 요구했다.


서울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해 3배수로 압축됐다 탈락한 한 예비후보도 "공심위에 물어보니 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 이미 내정된 공천 확정자에 대한 가상대결만 했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철새 및 낙하산' 정치인의 공천에 대한 반발도 극심하다. 수도권 지역의 공천 탈락자 D씨는 공천이 확정된 E씨의 당적 변경을 거론하며 "DJ 정권때 당시 여당의 시장 후보로 나와 한나라당 후보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하던 인물이 공천을 받았다"며 공심위에 강력 항의했다.

당에서는 정덕구(충남 당진) 전 열린우리당 의원, 이현재(경기 하남) 전 중소기업청장, 최종찬(경기 안양동안갑)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이전 정권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들의 공천 확정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 부정비리 전력자의 공천 확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공천개혁'의 시금석인 금고이상 형 확정자가 공천을 받았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공천 탈락자가 부지기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공심위 스스로가 공천 후유증을 자초했다는 말도 나온다. 공천이 계파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면서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심위는 당초 △ 여론조사 △ 전문성 △ 도덕성 △ 사회 및 당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아 공천에 임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세목별 배점 기준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고한 공천 기준이 서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공언했던 '국민·공정·실적공천'이란 3대 원칙이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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