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잃어버린 美 경제 "봄날은 갔다"

김경환 김유림 기자 2008.03.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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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자신감마저 잃어가는 분위기이다.

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 고용지표는 두달째 감소세를 보이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 역시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더해줬다.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개발도상국과 달리 미국은 국내 소비가 같은 비중을 차지해 소비가 위축되면 성장세가 위축된다.
뉴욕타임스는 7일 현재 이런 미국 경제 분위기를 '좋은 시절은 끝났다'(End to the Good Times)고 압축해 표현했다.

이 신문은 "1970년대 초반 이후 2개월 연속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감소할 경우 경기침체가 곧바로 뒤따라왔거나 진행중이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미국의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공식적으로 침체 전망을 수치로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급격히 잃고 있는 모습이다.

◇ 2월 고용지표 예상밖 감소



미국 노동부는 7일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월 대비 6만3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2만3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써 비농업부문 고용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직전월인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만2000명 감소했다.

도이치뱅크증권 미국 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라보르그나는 "노동시장이 현저한 침체를 겪고 있다"며 이번 분기 소비가 답보상태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사실은 신용위기가 금융 부문을 넘어 이미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신호다. 고용은 침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표 역할을 해왔다. 고용은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가 감소하면 경기는 급속 냉각되며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게 된다.

◇ 올 성장률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전망



글로벌 인사이트는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0.4%와 -0.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이번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의 예상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앞서 4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0.6%를 기록,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경고등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으며, 지금 시점에서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진단했다.



◇ 다우 1만2000선 붕괴

고용 충격으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진단이 내려지면서 다우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을 내줬다.

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22%(146.70포인트) 떨어진 1만1893.69를 기록했다. 2006년 10월 11일 이후 최저치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361.30포인트나 빠져 시장의 우려가 얼마나 큰 지를 반영했다.



S&P500지수도 전날보다 0.84%(10.97포인트) 떨어진 1293.37로 장을 마져 1200대로 주저 앉았다.

다우지수가 1만2000선을 하회한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으로, 경기침체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증시 전반에도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 최악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경제가 침체 진단을 받음과 동시에 유가와 곡물가 등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미 경기 침체가 직면한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

지금같이 신용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그 충격파가 1970년대보다 더 할 것이란 우려가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가뜩이나 혼란에 처한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은 더 큰 충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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