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반토막… '큰손' 연기금, 급여는 '짠손'

더벨 전병윤 기자 2008.03.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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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묶인 연금운용]①예산묶여 외부 전문가 영입 어렵고 육성도 힘들어

이 기사는 03월10일(14: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민ㆍ사학ㆍ공무원연금은 총 222조원을 주무르는 국내 금융시장의 큰손이다. 연금 수급자의 알토란 같은 돈을 잘 굴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책임지는 곳이다.



연기금은 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자금을 운용해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에 가깝다.

실제로 연기금들은 주식·채권 등을 운용하면서 0.1%라도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연기금은 손과 발이 묶여 있다. 공공기관인 탓에 예산통제 뿐 아니라 운용상 여러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좋은 투자 대상이 있는데도 각종 규제 때문에 놓쳐 버리기 일쑤다.

특히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이 연기금의 모든 씀씀이를 정부로부터 1년전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해 놓은 탓에 전문 인력을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회사들보다 훨씬 큰 돈을 주무르지만 운용역들의 연봉은 절반도 안된다. 좋은 사람을 뽑아 쓸수도 없고 기껏 뽑아놓으면 다른 기회를 찾아 떠난다.


이런 조직 체계가 굳어지면 결국 연금 수급자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연봉, 금융사대비 40% 수준… 전문가 뽑기 힘들어

"운용경력 10년차 연봉 6000만원, 성과가 좋으면 연봉의 최대 50%까지 줍니다."

한 연기금에서 기금 직접운용 전문 인력을 뽑기 위해 내건 채용 공고다. 실적급을 포함해 최대 연봉이 9000만원까지 책정된 셈이다.

일반 월급쟁이가 보기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원자는 많지 않다. 연기금 입장에서는 최대한 배려했다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탓이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 경력이 4~5년을 넘으면 보통 인센티브를 포함, 연봉이 2억원 안팎에 달한다. 실력있는 펀드매니저를 스카웃하려면 성과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합쳐 5억원 이상은 줘야 한다.

이에 비해 연기금의 경우 주식운용 경력 15년차 연봉이 세전 7000만원, 8년차 과장급은 5000만원 안팎. 경력은 자산운용사의 운용본부장이나 팀장급이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박봉' 수준이다.

고액 연봉을 주고 외부인력을 스카우트 하기 어렵다는 게 연기금의 한계다. 기존 직원과의 정서적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막상 뽑으려 해도 정부로부터 승인(예산 등)을 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무엇보다 연기금을 운용하면서 적절한 성과 보상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기껏해야 연말에 한달치 월급을 성과 보수로 지급하는 정도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성과급을 받으려면 주식운용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대비 3년 연속 8%포인트 이상 높아야 한다. 이 정도 수익률을 연속해서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보너스를 받기 어려운 형편. 노조에서 타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인센티브 도입을 꺼리는 것도 현실적인 장벽이다.

내부 전문인력 육성도 힘들어

지난해 5명의 외부인력을 채용한 모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에 2명이 그만둔 후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상태. 현재 보수체계로는 인력을 뽑기 힘든 탓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99년부터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운용역 7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성과평가를 실시, 투자수익률과 기여도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급을 합해봐야 민간 금융사 연봉의 40~70% 수준에 그친다. 또한 국민연금은 선임(차장급)의 경우 경력으로는 자산운용사의 최고운용책임자(CIO)급에 해당하는데, 연봉이 적을 뿐 아니라 직급도 낮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회사를 떠나기 십상이다.

최근 사학연금의 이찬우 자금관리단장이 신협 중앙회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연기금들은 지난해 예산 대비 3% 상향된 선에서 인건비가 묶여 있다. 특정인에게 더 주려면 다른 사람이 감봉 당해야 한다. 성과에 따른 탄력적인 보상체계를 만들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초창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회사의 연봉과 비교해 120% 수준까지 줬다"며 "고액 연봉을 지급해야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채용에 있어서 예산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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