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태평양 건너의 먹구름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03.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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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조화속 '알트에이'부실 우려…확산되면 세계증시 '암울'

태평양 건너편 미국에서 또다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먹구름이 탄생하고 있다.

이 먹구름이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할 경우 우리증시는 물론 전세계 증시는 초토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온대성 저기압쯤으로 급격히 세력이 감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증시는 철저하게 미국증시와 연동되며 자존심을 꺾인 모습이다.

7일 오전 11시4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1659.88로 전일대비 2.21%(37.56p) 빠지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국 다우지수가 1.75%, 나스닥지수가 2.30% 하락한 것을 감안할 때 우리증시의 하락률도 이 범위권 안에 있는 셈이다.



우리증시가 주말을 맞아 휴장할 때 미국증시 개장에 대한 부담으로 금요일 증시는 대체적으로 '조용하게' 끝났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금요일 우리증시의 변동성이 유난히 불거지고 있다. 그때마다 바다건너 미국증시에서 골치아픈 악재들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월요일 우리증시 변동성이 눈에띄게 불거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토요일 미국증시가 연쇄파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코스피, '미국증시 따라하기' 예외가 없다

우리증시가 지난 1월11일(금요일) 2.33% 하락하며 대폭락의 스타트를 끊었을 때도 그랬고 2월11일(월요일) 3.29% 급락하며 반등에 찬물을 끼얹을 때도 그랬다. 3월3일(월요일) 2.33% 하락 갭을 연출했을 때도 어김없이 미국발 충격이 자리잡고 있었다. 금요일과 이어지는 월요일 유독 바람잘 날이 없는 상황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같은 '미국증시 따라하기'는 지표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지수와 다우지수의 20일 상관계수는 0.72.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우면 미국증시와 우리증시가 거의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0에 가까우면 우리증시가 독자 행보를 가는 것이다.

따라서 0.70이 넘는 현 상관계수는 사실상 우리증시 흐름이 미국 다우지수의 복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새벽 미국증시 마감 수치로 그날 우리증시의 개장후 등락 여부를 간단히 유추해낼 수 있을 정도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우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물론 MSCI지수와 코스피지수 상관계수 상으로도 우리증시가 미국증시를 거의 복사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미국증시와 우리증시는 극명하게 동조화되고 있고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트에이발 충격, 세계증시 급락 뇌관될까

이런 상황에서 미국증시에 `알트 에이(Alt―A)'발 우려가 쌓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대목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회사들은 대출자 신용이 가장 좋은 사람에겐 프라임(prime) 모기지를, 중간 정도 신용자에겐 알트 에이 모기지를,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로 홍역을 치른 세계증시가 더 우량한 알트에이 모기지 부실 우려에까지 휘말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급락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징후는 이미 노출됐다. 미국증시가 이날 새벽 알트에이 모기지발 우려로 큰 폭 하락한 것이다. 손버그 모기지사에 이어 칼라일캐피털까지 알트에이 모기지의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충당요구)을 감당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일개 회사의 문제로 끝날지 전체 알트에이 모기지 부실로 확산될지는 몇주간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전체 알트에이 모기지 부실로 확산된다면 미국증시는 전저점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증시 복사판인 우리증시도 심각한 수준의 급락세를 보일 것이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반응은 미온적이다. 사태의 추이가 어디로 흐를지 아직까지는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56분 현재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1504억원 순매도를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도 같은 맥락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악재들이 절정을 달릴 때마다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모습이어서 알트에이발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이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대량 순매도하고 있는 것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좀 더 위기감을 갖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증시 상황으로 볼 때 다우지수가 좀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알트에이발 사태가 어떤식으로 일단락되는지 확인하고 미국증시의 저점까지 지켜본 뒤 신중하게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태평양 건너 어두운 먹구름이 온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을 잃을지,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할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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