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도 본격화하고 있다. '친박(박근혜 전 대표측)' 핵심 의원인 한선교, 이규택 의원이 탈락자 명단에 포함되면서다. 공천 과정 내내 관망하고 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표적공천이다"며 비판하고 나서는 등 '친박계'가 집단 반발할 조짐이다.
◇ 영남 '물갈이' 불가피, 계파 안배 주목= 영남 지역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민주당의 '공천혁명' 여파로 당내 '물갈이론'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탓이다. 더욱이 전날 경기 지역 현역 5명의 탈락이 영남권 의원들의 조바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지역 61명(영남 전체 의석 68석)의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무려 18명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60세를 넘긴 고령이어서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친이-친박'간 희비도 갈릴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일단 공천 심사 전부터 떠돌아 온 소문대로 양측간 타협안이 반영된 공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경기 지역의 공천처럼 '친박' 특정 의원을 탈락시키는 대신 '친이' 의원도 잘라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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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적절한 선에서 양적인 균형이 맞춰질 수 있으나 '친박' 핵심 의원이 탈락하는 등 박 전 대표측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
◇ 입뗀 박근혜 "표적공천", 親李에 경고음= 박 전 대표가 지난 6일 공심위를 직접 비판하고 7일에는 정치적 위기때마다 반복했던 '칩거'에 들어간 것도 이런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친박' 측근의원들의 공천 탈락에 대해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을 시켰다"며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고 말했다. 공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던 침묵을 깨고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공천 뇌관인 영남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심위와 '친이'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혹여 있을 수 있는 친박 위주의 '물갈이'를 차단하려는 사전 포석인 셈이다.
친박 의원들 사이의 분위기도 들끓고 있다.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몇몇 친박 의사는 전날 밤 여의도에서 회동해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영남권의 물갈이가 현실화한다 해도 우리쪽만 희생을 강요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처럼 뒤통수를 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좀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현재의 상황이 마치 '대학살의 전주곡' 같다"면서 박 전 대표측의 우려스런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