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들의 '몰빵 투자'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8.03.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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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마음골프]골프도 투자처럼 효율적으로

사람들은 골프를 하면서 마치 자신이 무한한 재원을 가지고 골프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골프는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수천 만원의 밑천을 가지고 하는 게임이고, 시간적인 측면에서 하루 60분 주 40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임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40대는 인생의 가장 바쁜 시기이기에 지극히 예외적이라고 봐야 한다. 설혹 그 이상의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골프가 그렇게 까지 할 일인가도 생각해볼 일이다.



한정된 재원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재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투자해서 이익을 극대화 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골퍼들은 투자 수익률이 가장 낮은 롱 게임에 ‘몰빵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고서는 투자 수익이 적다고 아우성이다. 연간 수천 만원과 경제활동 시간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투자하는 일을 그렇게 해서야 되겠는가? 남자들에게 거리를 얼마나 보내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저는 거리 욕심 없어요’ 하면서 230야드는 보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거리가 안 난다고 울상을 하고 들어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220야드 밖에 안 나간다고 하소연을 한다. 거리는 250야드 나가는데 훅이나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하고 있거나 일관성이 없어 힘들어 한다.

보통의 40대 남자는 LPGA 여자 프로와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여자프로는 근력이나 유연성에서 40대 남자만 못할 리 없다. 그녀들의 평균 비거리가 250야드 정도다. 그들의 훈련과정을 생각해 보라. 하루 종일 골프만 하고 사는데 드라이버 연습은 또 얼마나 할 것인가?

한 전문회사에서 실측한 결과 대한민국 남자들의 드라이버 비거리의 평균은 216야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220~230 야드라는 거리가 결코 욕심 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거리일 수가 없는 것이고, 그렇게 호락호락한 거리가 아닌 것이다. 250야드를 보내기는 하지만 안정이 안 되는 병의 근본원인은 노력대비 기대수준이 높아서 생긴 병임에 틀림없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기로는 숏 게임만한 것이 없다. 롱 게임에의 투자는 투자량 대비 실력의 향상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숏 게임은 투입된 시간대비 실력의 향상이 뚜렸하다. 숏 게임 실력의 향상은 노름판에서 두둑한 밑천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같다. 숏 게임을 잘 하면 롱 게임에서의 실수를 만회할 자신이 있으니, 롱 게임에서의 실수가 줄어든다. 당연히 스코어의 기복도 없어진다.

롱 게임에의 투자는 부동산 투자나 우량주에 대한 투자처럼 장기 지속적인 투자다. 그러니 단기적인 성과를 내거나 확실한 수익을 기대한다면 당연히 숏 게임에 투자해야 한다. 그에 비해 퍼팅은 초 단기 투자도 가능한 부분이다. 잘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으니 공부로 얘기하자면 벼락치기 와도 같다.



필드에 나가지 전날이라도 연습을 하고 그마저도 안 했다면 당일 날, 30분 정도만 연습을 해도 꽤 효과를 볼 수 있다. 골프가 독이 아니라 약이 되려면 롱 게임이나 풀 스윙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낮추면서 한정된 재원을 숏 게임과 퍼팅에 적절히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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