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에 올인… 재기의 탑 쌓을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3.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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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두산家 박용오 전 회장 3부자

중견 건설사 성지건설 인수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과 아들들인 경원(전신전자 전 사장)-중원(뉴월코프 전 대표) 씨는 망해도 3대가 간다는 부자(富者)일까, 온실 속 화초일까.

박용오 전 회장 부자는 박승직상점까지 포함하면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기업 두산의 로열패밀리였다. 적어도 2005년 여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해 여름 두산판 왕자의 난이 불거지고 제보자로 박 전 회장이 떠오르는 등 형제간의 갈등으로 두산그룹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박 전 회장은 그룹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벌인 일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공감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또 맏아들인 경원 씨는 1년여 뒤 사업(전신전자)을 접었고 둘째인 중원 씨도 재직 중이던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상무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 그들이 성지건설 (671원 ▲116 +20.9%) 인수를 성사시키며 코스피 상장사 경영에 재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이사회 입성에는 커다란 걸림돌에 가로막힌 상태다.



회사 가치 개선의 가시적인 조치를 보여달라고 주장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대표적으로 이들을 반대하고 있는데다 수주ㆍ매출 확대 등 실적개선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있다.

성지건설에 올인… 재기의 탑 쌓을까


◆총수 박용오·스타벤처CEO 박경원, 황금기서 추락까지

2005년 초까지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총수였다. 90년대부터 2005년까지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이 바로 아랫 동생인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줬고 다시 그 직책을 박용성 회장이 넘겨받으면서 형제간 우애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박용오 회장의 자식농사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경원 씨는 재벌가 3세라는 후광에 머물지 않고 벤처기업인으로서의 성공을 일구는데 매진했던 것. 그는 2000년대 초 두산건설 상무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시 코스닥업체로 CCTV(폐쇄회로TV) 등을 제작하는 ㈜전신전자를 인수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벤처 붐의 끝물이긴 했지만 회사는 건실한 성장세를 나타냈고 회사 주가도 치솟았다. 액면가 500원인 전신전자는 1만원대 초반까지 이르렀다.

둘째 아들인 중원 씨도 90년대 중반부터 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쌓은 끝에 10년만에 두산건설(당시 두산산업개발) 상무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2005년 7월 문제가 터졌다. 박용오 회장쪽과 현 두산그룹 쪽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두산산업개발을 박용오 회장쪽으로 떼어주는 문제 등이 얽히며 극한 대립에 이른 것. 박 회장은 투서 등을 통해 "동생(박용성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하다 발각되자 나를 몰아냈다"며 형제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나섰다.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면서 박용오-용성 회장 형제들은 줄줄이 그룹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룹을 지킨 것은 박용곤-박용성-박용만 회장 등이었고 박용오 회장은 사실상 퇴출됐다.

송사 과정에서 박용오-용성 형제는 엇갈린 길을 걸었다. 박용성 회장 등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며 일찌감치 형이 확정돼 지난해 2월 사면복권됐지만 박용오 회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거치면서 여전히 사면대상에서 빠져있어 활동에 일정부분 제약을 받고 있다.



◆재기-좌절-재기, 예전 위상 되찾을까
박경원 씨는 전신전자(현 어울림네트웍스)를 의욕적으로 경영하다 업황 둔화와 두산그룹 분쟁 등이 겹치면서 2006년 5월 회사를 144억원에 매각했다.

박중원 씨도 지난해 3월 코스닥업체인 뉴월코프를 70억원에 인수하면서 플랜트와 발전소관련 건설사업과 대체에너지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통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쿠웨이트 같은 중동국가를 상대로 오일슬러지 재처리 플랜트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결과가 여의치 않았고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8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인수가보다 10억원 정도 낮은 61억원에 회사와 경영권을 매각했다. 그룹 퇴출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내손으로 일으켜보려는 회사에서 손을 턴 것은 또다른 좌절이었다.



그뒤 두달여가 지나 3부자는 중견 건설업체인 성지건설에 '올인'하며 또다시 재기에 나섰다. 박 전 회장 등이 성지건설 지분 24.4%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자금은 총 730억원. 뉴월코프, 전신전자 매각 대금 등 각자의 재산과 차입금 외에 중동계 자금이 일부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재산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박용오 회장의 200억원대에 육박하는 두산 주식(10만990주, 0.42%)에는 형제간 분쟁의 비극과 환골탈태 효과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두산은 분쟁 당시 1만원대 중반에 이르던 주가가 지난해 말 30만원을 돌파했고 조정을 받았지만 3월 초 기준으로도 18만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3부자의 건설업 재진출에 대해 재계에서는 박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 모두 건설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이들은 모두 두산건설 임원을 지냈다) 인맥도 풍부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를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3부자는 회사를 전(前) 주인으로부터 사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이사회에는 아직 입성하지 않은 상태다. 주주총회에서 이들이 넘어서야 하는 대상은 장하성펀드 등 외국계 투자자다. 장하성펀드는 "과거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련됐던 박용오 씨의 행적을 볼 때 성지건설의 기업투명성과 주주가치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의 아들들인 경원 씨와 중원 씨의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박용오 회장측은 장하성펀드쪽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정면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박 회장 부자는 성지건설의 실적을 개선시키고 주가도 상승시켜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줘야 할 부담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지건설이 자체 공사 비중이 높고 토목부문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편이며 매년 일정 수준의 순익을 올릴 수 있는 견실한 업체지만 중견업체로서 성장의 한계도 내재해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건설업 경력과 중동계 인맥 등을 내세우지만 대기업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만큼 낙관적 시각과 우려가 공존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사, 감사 선임 등을 두고 박용오 회장측과 장하성펀드 등이 표대결을 벌이고 박 회장 등이 회사의 청사진을 내보일 21일 성지건설 주주총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는 박용오 회장 3부자의 재기가 성공적일지를 재는 첫번째 시험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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