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란벅시, 복제약으로 돈벌어 이젠 신약 승부

뉴델리(인도)=김익태 심재현 기자 2008.03.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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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 어메이징기업]<14-1>2년간 8건 M&A '글로벌 빅5' 넘봐

印 란벅시, 복제약으로 돈벌어 이젠 신약 승부


1995년 매출액 3500억원. 인도 1위 제약업체 란벅시의 12년전 성적표다. 인도 선두 기업이었지만 란벅시는 세계 무대에서 그저그런 중소 제약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 3월, 세계가 이 회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3억2400만 달러에 루마니아 최대 제약사인 인테라피아를 인수하며 세계 8위 업체로 부상했다. 2007년 매출액은 1조6000억원. 무려 5배 가량 급증했다. 현재 49개국에 지사를 두고 11개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한다. 판매망도 125개국이 넘는다. 직원수도 1만1000명으로 51개 국적을 갖고 있다.



1951년에 창립, 불과 56여년만에 세계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꿰찼다. 2012년엔 매출 4조7000억원에 세계 5위가 목표다.

◆"인도는 좁다" 해외로 해외로=뉴델리 인근 신도시인 구르가온에 자리한 란박시. 이 곳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미국룸, 영국룸, 중국룸, 태국룸 등이 그 것. 글로벌 마케팅을 강조하는 회사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 란벅시.↑ 란벅시.
이는 매출에서 입증된다.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이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11억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자동차·통신·가전 등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특히 의약품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과 유럽에서의 매출이 각각 42%와 24%에 달할 정도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시장 매출 비중은 26%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장 다변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라흐난단 코카르 홍보담당 이사는 "2006년 루마니아 등에 진출하면서 유럽시장 매출을 강화했고, 현재 5%에 머물러 있는 내수시장 비율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제약 넘어 신약개발로=란박시 성공신화의 비결은 복제약(제네릭) 시장 선점이다. '180일 독점권'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첫번째 복제약에 대해 6개월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인데, 란벅시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 신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 란벅시는 최근 복제약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br>
힘쏟고 있다.↑ 란벅시는 최근 복제약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힘쏟고 있다.
복제약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란벅시.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복제약 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 말빈 더싱 란박시 최고 경영자(CEO)는 "복제약으로 번 돈을 이제 신약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03년 매출의 4%에 불과하던 연구·개발(R&D) 투자비를 지난해에는 10%까지 끌어올렸다.

과감한 투자는 곧 열매로 이어졌다. 항생제인 씨프로플록사신의 신제형 개발에 성공한 것. 이제는 원개발사인 바이엘에 라이센스를 내주고 있다. 란벅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제휴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신약연구개발 사업부를 본사에서 분리할 계획이다. 황금알을 낳은 신약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말까지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란벅시만의 장점 하나.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1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란벅시는 다르다. 저렴한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싸다고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도 내 최고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들이다. 2억 달러면 신약개발이 가능하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라흐난단 이사는 "신약을 개발하지 못한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며 "란박시 연구원 1200명 중 300명이 신약개발에 매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성장동력 'M&A'=란박시의 터전은 더 이상 인도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뿐 아니라 중국·태국·브라질·나이지리아 등에 9개 합작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복제약을 기반삼아 제1도약을 했다면 제2 성장동력은 신약개발에서 찾고 있다.

↑ 란벅시 해외제조공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아일랜드.↑ 란벅시 해외제조공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아일랜드.
특히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루마니아 제약사 테라피아를 인수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2년간 총 8건의 기업 인수가 이뤄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내 중견 제약사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말빈 사장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과의 인수합병은 중요한 성장전략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약사들은 원료약의 70~80%를 인도에서 수입한다. 인기가 높다.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제약업체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인도와 경쟁이 안된다. 유럽이나 미국 제품은 50% 이상 비싸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란박시는 세계 제약시장의 새로운 돌풍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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