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도 사재기..철근 제조사 조업중단위기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8.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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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값 톤당 37만4000원에서 46만원까지 수직상승..사재기 제재방법 없어 골머리

고철이라고 우습게 볼일이 아니다. 고철값이 금값이다. 한달새 23%나 가격이 올랐다. 게다가 고철 유통상 및 수집상들이 고철을 사재기하면서 고철을 이용해 철근을 만드는 전기로 제강사들이 조업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로업체에 입고되는 철스크랩(고철) 물량이 2월에 비해 7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전기로업체들은 고철을 전기스파크로 녹여 철근 등을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인 고철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철값은 지난달 평균 톤당 37만4000원 수준이었으나 이달 들어 46만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고철 값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유통상과 수집상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전기로 제강업체들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전기로업체들의 철근 생산량과 공급량은 성수기 수준으로 늘렸다. 건설업체등 철근 수요처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제품도 유통상의 사재기등에 맞물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기로업체들은 비수기임에도 성수기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재고물량은 줄이고 있다. 철근 부족 현상을 조금이나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기로업체 입장에선 철근 완제품의 생산과 출하는 늘리고, 원재료인 고철의 입고가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조만간 조업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전기로업체 관계자는 "철근 매점매석은 거래 중단 등으로 자체 제재가 가능하지만 고철 사재기는 제재할 방법도 없다"며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업중단으로 철근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철값의 이상급등 현상은 가격 왜곡까지 일으키고 있다. 미국산 철스크랩은 품질이 좋고 불순물이 적어 제조비용이 2~3만원가량 싸다. 미국산 철스크랩은 국내 철스크랩보다 4~6만원 정도 가격이 높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산 가격보다 국내산 철스크랩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이 일고 있다.



이같은 가격 급등세는 2004년 철강 대란 시기와 비슷하다. 2004년엔 중국이 대량으로 원자재를 소비하면서 국내산 철스크랩까지 수출돼 국내 공급물량이 크게 줄었다. 당시에도 한달에 26%나 고철값이 올라 주물업계의 조업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스크랩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의 사재기로 인한 인위적인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혼란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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