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갈등 핑퐁게임 12시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3.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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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안별 구제" vs 박재승 위원장 "전원 탈락"

통합민주당이 4일 공천 심사의 최대 쟁점인 비리·부정 전력자 배제 기준을 놓고 하루 종일 진통을 겪었다.

전선의 한 쪽은 박재승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인사 공천심사위원들이다. 개인비리든 정치자금 관련이든 예외없이 공천에서 배제하자는 게 이들의 '원칙'이다.

반대편엔 손학규·박상천 대표 등 지도부와 옛 민주당 출신 위원을 중심으로 한 공심위원 절반 가량이 있다. 이들은 '예외' 규정을 통한 일부인사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때는 웃었는데"=위촉장 받는 박재승 공심위원장(맨 왼쪽)▲"이때는 웃었는데"=위촉장 받는 박재승 공심위원장(맨 왼쪽)


공심위 내부 의견도 통일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이날 결론을 짓겠다"(박경철 홍보간사)는 각오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표결이라면 가부간 결판이 쉽게 나겠지만 공심위는 완전 합의에 의한 결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오전10시-박재승 위원장은 "뇌물죄나 알선수재, 정치자금, 공금횡령, 파렴치범, 개인비리 등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형 이상 형이 확정된 자는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전11시-공심위 회의는 격론이었다. 이견이 팽팽히 맞섰다.

박 위원장의 방침이 알려지자 당은 발칵 뒤집혔다. 손학규·박상천 대표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 공심위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후3시-박 위원장은 회의 도중 나와 손학규·박상천 대표를 만났다. 양측은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다시 공심위 회의에 들어갔다.


#오후6시-공은 최고위원회에 넘어갔다. 공심위는 최고위원회 결정 내용을 가지고 다시 회의를 열겠다며 산회했다.

공심위원인 최인기 최고위원과 지도부측 유인태 최고위원이 양측 채널로 나섰다. 두 사람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과정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던 '중재의 달인'들이다.

#오후8시20분-국회에서 열렸던 최고위가 끝났다. 최인기·유인태 최고위원이 "현실을 감안해달라"는 최고위 의견을 들고 당사로 갔다. 공심위가 재개됐다.

#오후8시50분-30여분만에 회의실 문이 열렸다. 최인기·유인태 최고위원이 빠져나왔다. 상기된 얼굴의 최인기 위원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최고위 제안을 공심위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 공은 다시 최고위로 넘어갔다. 또 한 번의 '핑퐁'이었다. 최인기·유인태 최고위원은 여의도 모처에서 손 대표 등을 만나 공심위 입장을 전했다. 공심위는 회의실에 남아 도시락으로 늦은 저녁을 들며 대기모드에 돌입했다.

◇누가 걸려있길래…= 박 위원장 방침대로라면 공천 신청자 중 10여명이 탈락 범주에 든다. 하나같이 거물급이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의원, 공천 신청자 가운데 최고령인 이용희 의원 등이다.

최고위원인 김민석 전 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이호웅 전 의원에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신계륜 사무총장,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 설훈 전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민주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당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탈락 위기에 있으니 총선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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