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갈등' 이면,'당권투쟁' 들여다보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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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vs박근혜vs이재오vs정몽준...한나라, 당내 권력다툼 본격화?

최근 한나라당에선 '당권'이 최대 화두다. 여야가 한판 격돌을 벌이는 '4.9 총선'의 공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다소 뜬금없다.

당력을 한 데 모아 야당과 총선전쟁을 벌여야 할 마당에 '당권' 운운은 일러도 한참 이르다. 한나라당 차기 당 대표는 올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데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당권'이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결론적으로 공천 결과가 차기 당권의 향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총선은 가치를 달리하는 정치세력간 경쟁이다. 하지만 같은 당에서도 계파가 존재하는 현실정치에선 이에 앞서 당내 계파간 권력 다툼이기도 하다.

계파 사이의 우열은 총선 후보 '옥석 고르기' 작업인 공천에서 가려지기 십상이다. 공천을 받아 당선된 현역 의원의 숫자는 당 대표 선거에서 절대적인 승패 요인이 된다. 홍역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내 공천전쟁의 이면에 당내 권력 투쟁이 짙게 배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의 당권 전선은 이명박 대통령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 사이에서 가장 또렷하게 형성돼 있다. 정확히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박 전 대표가 당사자다. 당내에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가려진 지난해 9월부터 "당권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박 전 대표측은 "당권마저 넘겨줄 수는 없다"며 절치부심했다. 반면 이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 의원의 '당 대표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당내 인사들 사이에선 그때부터 총선 공천에서 불꽃 튀는 당권 경쟁의 전초전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공천 과정에서도 '친이-친박'간 대결 국면이 시종 전개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최근 발표되는 공천 결과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만 놓고 보자면 '친이'의 압도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3일까지 공천을 내정받은 108명 중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들이 79명에 이른다. 이 의원과 함께 정두언, 이방호, 정종복, 진수희, 이윤성 등 현역인 핵심 측근의원들이 모두 공천을 내정받았다.

이에 반해 '친박계'는 17명에 불과하다. 박 전 대표측의 '텃밭'인 영남지역의 공천 결과는 합하지 않은 수치다. '친박' 성향의 이진구(충남 아산) 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맛봤다. 같은 계파의 비례대표 의원 2명(배일도, 문희 의원)도 고배를 마셨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당내에서는 4일 발표되는 영남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3일에는 이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이 "이 의원에게 당 대표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당권 경쟁의 불씨를 당긴 상태다.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의 3일 발언도 권력 투쟁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많다. 강 대표는 "일관되게 계파적 시각에서만 공천심사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문제가 있으면 교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정 최고위원도 '계파공천'을 비판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고 정 최고위원도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등과 잠재적 경쟁자인 셈이다. 이들 역시 당내 입지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친이'의 독주세를 견제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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