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서울대 유방암 의료사고 논란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3.04 14:33
글자크기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뒤바뀐 조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멀쩡한 사람에 유방암 진단을 하고,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는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대학병원에서 검사결과가 뒤바뀌었다는 것은 물론, 오진까지 있었다는 내용의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잦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에 논란이 되는 문제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실상은 알려진 사실과 약간 달랐다.



4일 해당 대학병원과 의료계에 따르면 논란은 A씨가 2005년 11월 초 종합건강검진 과정에서 유방에 손톱크기의 혹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정밀검진을 위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A씨는 초음파와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좀 더 큰병원을 찾아보자는 주변의 권유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A씨는 조기유방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2월 오른쪽 유방 4분의 1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수술 후 잘라낸 부위에 대해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떼어낸 조직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통보받은 것.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진상 파악에 나선 A씨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서울대병원에 보낸 조직검사 슬라이드 사진이 다른환자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잘못된 사진을 본 서울대병원이 '멀쩡한 가슴'을 절단했다고 판단한 A씨는 2007년 7월 두 병원에 수술에 따른 손해와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보상액으로 A씨가 제기한 금액은 두 병원 각각 3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 10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A씨는 혜화경찰서에 해당 의사들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형사소송 결과 서울대병원 담당의사는 불기소처분, 세브란스병원 담당의사는 미국에 연수차 나가있어 기소중지 결정 후 지명수배된 상황이다. 여기서 '불기소처분'이란 A씨의 고소에 대한 잘못이 없다는 것을 뜻하며, '기소중지 결정 후 지명수배'는 해당의사를 나타날때까지 기소처분을 중지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논란은 4가지 정도로 압축해볼 수 있다.우선 검사결과를 잘못보낸 세브란스병원의 실수다.

세브란스병원이 서울대병원에 환자를 보내며 다른사람의 조직검사 결과를 보낸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새병원이 완공되며 전자의무기록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직전에 수작업을 하던 병리과 직원의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직원은 병원 내부적으로 자체징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논란은 세브란스병원 담당의사가 실제 도피중이냐는 것이다. A씨가 형사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미국에서 연수 중인 세브란스병원 담당의사에 대해 지명수배조치가 내려졌다. 소송을 피해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측은 이에 대해 "해당의사의 연수는 조교수급 의료진 모두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라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도피설을 일축했다.

병원 측은 "문제의 책임이 병리과 직원에게 있는 만큼 엄밀히 따지면 해당의사에게는 책임이 없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세번째 논란은 서울대병원은 세브란스병원에서 보낸 잘못된 사진만 보고 수술을 했느냐는 것이다. 수술 후 잘라낸 부위에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며 서울대병원이 재검사 없이 세브란스병원에서 보낸 잘못된 사진만 보고 수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측의 입장은 달랐다. 병원 측은 "A씨가 병원에 온 후 MRI와 유방초음파, 유방촬영 등 기본검사를 실시했다"며 "검사 결과 유방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병변이 발견돼 수술을 감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측은 "재검사 없이 잘못된 사진만 보고 수술했다고 보도한 매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에서 온 잘못된 조직검사 결과가 수술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답변도 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를 아예 참고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추가로 진행한 기본검사 결과만으로도 수술 해야할 이유는 충분했다"고 밝혔다.

네번째 논란은 서울대병원이 '멀쩡한 가슴'을 잘라냇느냐는 것이다. 수술 후 떼어낸 조직을 검사한 결과 A씨의 증상은 암 전단계인 '양성유선증식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 '증식성'을 가진 질환이라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은 "소송진행 과정에서 '양성유선증식증'이 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 위험한 병변이라는 제3 전문가의 소견도 받은 상태"라며 "잘못된 조직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직을 소신껏 치료한 것"이라고 밝혔다. '멀쩡한 가슴'이 아니라 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 병변을 가지고 있는 가슴의 일부를 절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