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화려한 실적…싹트는 부실우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3.04 09:01
글자크기
저축은행들의 외형과 수익성이 최근 6개월 크게 좋아졌지만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높은 반면 리스크도 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 "매출·순익↑, 자산건전성↓" = 4일 금융계에 따르면 6월 결산법인인 저축은행들은 지난 상반기(2007년 7월~12월) 2조9906억원의 영업수익(매출액)과 3115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늘었고 순이익은 37.3% 급증했다. 총 자산은 57조90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은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도 지난 해에 이어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자산도 올 6월까지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PF부실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부실채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대손상각채권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말 1조1985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3월 1조1951억원, 6월 1조4840억원, 9월 1조5667억원, 12월말 1조9397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 저축은행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PF시장 초기에 진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반면, 소형업체들은 부동산 경기가 꺾일 즈음 진입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소형업체는 자산 규모가 작아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 부실이 발생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방 저축은행들 가운데 PF부실로 순이익이 급감하고 일부는 적자전환한 곳도 있었다. 이는 자산건전성 악화가 경영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초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BIS비율 개선됐지만…= 이처럼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자산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006년 12월 8.96%에서 지난해 12월 9.67%로 높아졌다.

이는 자산부실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주주들의 추가 증자 및 배당축소 등을 유도한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의 자본총계는 2006년 12월 3조2956억원에서 지난해말 12월 4조3593억원으로 늘어났다. 신규유상증자에 따라 주식발행초과금이 752억원에서 1054억원으로 증가했고, 배당축소에 따른 이익잉여금도 9825억원에서 1조9615억원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BIS비율의 질적인 측면도 개선됐다.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되는 기본자기자본비율(Tier 1)은 2006년 12월 4.77%에서 2007년 3월 6.13% 6월 6.24% 9월 6.79% 12월 7.66%로 올랐다. 반면 후순위채 등 부채 성격이 짙은 보완자기자본 비율(Tier 2)은 1.71%에서 2.03% 2.13% 2.04% 1.92%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추세는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저축은행들의 BIS비율에 왜곡현상이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BIS비율은 금융기관들이 유휴자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때 오르기도 한다. 실제 저축은행들의 실가용자금은 2006년말 6조2280억원에서 지난해 12월말 7조82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저축은행 PF대출의 단기연체가 장기화하면 BIS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