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베팅 실패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3.03 16:58
글자크기

매수차익잔액 바닥…베이시스 하락해도 PR 매물 '제한'

3일 평균 선물베이시스는 -0.22포인트다. 차익거래 매도액은 3409억원이다.

지난주말인 지난달 29일 평균 베이시스는 0.06포인트다. 그러나 차익거래 매도액은 4722억원에 달한다.

베이시스가 더 나빠졌는데 차익 프로그램 매물은 오히려 줄었다.



선물과 현물이 차이인 베이시스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차익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늘어나야 한다. 베이시스가 낮다는 의미는 그만큼 현물이 비싸다(고평가)는 것이고 자연히 프로그램은 비싼 현물을 팔고 싼 선물을 사게 된다.

이날과 같이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베이시스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 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것) 상태라면 차익거래가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3월 동시만기가 2주도 남지 않아 차익거래 위험은 더욱 적은 상태다(만기일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은 같아지고 선물은 미래의 가격이기 때문에 보통 시중금리 정도 현물보다 비싸다).



그렇다면 지난달 29일과 3일의 상황은 어떻게 된 일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차익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없는 것이다. 보통 매수차익잔액과 매도차익잔액으로 자금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현재 매수차익잔액은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31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이어진 1조3082억원의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를 감안하면 실효 매수 차익잔액은 거의 소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프로그램 매물을 고려하면 매수차익잔액은 5조원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매수차익잔액이 5조원이하로 떨어진 적은 3월물이 근원물이 된 이후에는 처음이자 지난해 11월28일(4조6790억원)이후 처음이다.

물론 매도차익잔액이 남아있다. 일부 투신과 연기금의 인덱스 스위칭이다. 이날도 연기금은 선물을 1102계약 사들인 반면 코스피시장에서 12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심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0.3포인트 정도에서는 매도차익이 가능하고 -0.5포인트에서는 본격화될 수 있다"며 "하루에 보통 2000~3000억원 정도의 매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기금은 매도차익은 매수차익보다 느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심 연구원은 "하루에 5%이상 스위칭을 못한다는 연기금의 내부 규정 등으로 매도차익 진입 속도는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제한적이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아무리 신규매도를 해도 시장 영향력은 줄 수 밖에 없다. 외국인이 선물을 신규로 매도하려면 누군가는 선물을 신규로 사들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프로그램이 해왔지만(차익 프로그램은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야 한다) 프로그램 잔액이 없게 된 것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는 베이시스 약화를 가져와 프로그램 매물을 이끈다. 하지만 베이시스가 아무리 낮아져도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하락 베팅은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베팅이 성공하기 위해선 선물 베이시스의 약화와 대규모 차익매도가 필수적이지만 매수차익잔액이 단기저점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선물매도의 파괴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5598계약을 내다팔았다. 미결제약정도 4951계약 증가했다. 전형적인 하락 베팅이다. 아직까지 프로그램이 신규매수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이 한계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