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하던 '강재섭·정몽준'이 움직인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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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서 '계파공천'에 경고음...이재오·박근혜 동시 '견제(?)'

관망하던 '강재섭·정몽준'이 움직인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한창 진행 중인 '4.9 총선' 공천 작업과 관련해서다. 타깃은 일부 공천 심사위원이었다.

강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관되게 계파적 시각에서만 공천심사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물론 그런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냄새가 짙게 나는 분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심위원이 공천 심사가 끝날때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다. 도저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공심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 교체할 수 있다"고 '압박성' 멘트까지 했다.

계파적 시각에 매몰돼 공천 심사에 임하는 공심위원들의 경질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강 대표가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공개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공심위원의 실명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임해규 의원을 비롯해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공심위원들을 지목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임 의원은 최근 공심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2차 심사가 진행 중인 송영선 의원의 공천 탈락을 시사하는 말로 물의를 빚었다. 송 의원은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인사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거들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강 대표 말씀처럼 저도 비슷한 우려가 있다"고 강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어제 신문사 전광판에 5명의 공천이 확정됐다고 큰 글씨로 '친이가 몇 명, 친박이 몇 명' 이렇게 분류가 났더라"며 "국회의원 공천을 하는데 특정계파의 이름을 대표해서 언론보도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약속이나 한 듯한 강 대표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당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로서 당내 공천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 위해 작심하고 내놓은 경고라는 해석이 첫째다.

잠복했던 '친이-친박'간 갈등이 표면화할 경우 장관 인사파동으로 가뜩이나 사나운 민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자꾸 공천 갈등 얘기가 언론에 나면서 당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며 "계파 다툼보다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적임자를 공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강 대표와 정 최고위원이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당내 역학 구도에서 볼 때 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다. 이번 공천이 '친이-친박'간 나눠먹기로 흐를 경우 향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당의 한 관계자는 "4.9 총선의 결과는 차기 주자들의 정치적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강 대표도 그렇고 정 최고위원까지 나선 것은 친이, 친박 등 두 계파를 동시에 견제하겠다는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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