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이언스, 無에서 有…'인도의 현대그룹'

뭄바이(인도)=김익태 심재현 기자 2008.03.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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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 어메이징기업]<13-1>

지난해 11월 전 세계의 시선이 인도의 한 기업가에게 집중됐다. 무케시 암바니(51)가 그 주인공.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회장이다. 미국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로 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릴라이언스'는 뭐고, '무케시 암바니'는 누구냐고. 당시 그의 재산은 1조3000억 루피(약 29조8000억원)에 달했다. 고도성장하는 인도 경제를 등에 업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개인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그의 친동생인 아닐 암바니 ADAG 회장의 재산도 9000억 루피에 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 릴라이언스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올랐다.↑ 릴라이언스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올랐다.


◆인도판 '정주영'=릴라이언스 그룹은 타타그룹과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집단이다. 140여년의 타타그룹에 비해 릴라이언스의 역사는 40년으로 일천하다. 하지만 현재 규모와 수익면에서는 타타를 뛰어넘는다. 형인 무케시가 경영하는 릴라이언스 그룹의 시장가치는 5조 루피로 인도 1위다. 인도 총 시장가치의 약 7%를 차지한다. ADAG의 시장가치도 4조 루피에 달해 타타그룹 3조 루피를 뛰어넘는다.

어떻게 이런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을까. 창업주인 '디루바이 암바니'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의 삶은 인도판 '정주영'이라 할 만하다. 그는 구자라트주 상인계급 출신의 평범한 집안에서 둘째로 태어났다. 16세에 예멘으로 건너가 주유소 점원 등의 일을 하다 돈을 모아 1958년 단돈 5만 루피를 갖고 귀국, 68년 제직공장과 릴라이언스의 모체가 된 릴라이언스 상사를 설립했다.



릴라이언스, 無에서 有…'인도의 현대그룹'
1977년에는 기업을 공개해 5만8000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1982년에는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 생산에 뛰어들었고, 이후 석유화학·정유·석유가스 등 후방산업에 진출했다. 석유탐사·생산→정유→석유화학→섬유소재로 이어지는 일관생산체를 갖췄고, 대규모 투자 병행해 1993년 타타그룹을 제치고 인도 최대 기업집단으로 우뚝 섰다. 숨가쁜 성장이 계속됐다. 2002년부터 통신·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전력 등에 진출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디루바이 암바니는 꿈을 쫓는 인간이었다. 꿈은 곧 비전으로 이어졌다. 그는 전국을 돌며 '할 수 있다'는 정신을 설파했고, "크게 보고, 남보다 앞서 생각하며 미래를 내다보라"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그가 다녀간 자리에는 항상 투자자가 넘쳐났다. 이는 곧 기업공개로 이어져 인도 주식시장 활성화로 나타났다. 릴라이언스그룹 주식을 보유한 인도 주식투자자가 300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주식투자자 4명 중 1명 꼴이다.

그는 줄곧 "꿈을 꿀 수 있을 때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릴라이언스의 기업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장이 곧 생명'. 릴라이언스그룹의 슬로건이다.


박민준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과장은 "정경유착 등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암바니는 인도 젊은이들에게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판 '왕자의 난'=위기도 있었다. 창업주인 디루바이 암바니가 2002년 7월 아무런 유언없이 두 아들을 남긴 채 갑자기 사망했다. 형인 무케시 암바니와 동생 아닐 암바니가 경영권 투쟁을 벌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호비방이 난무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며 인도 주식시장이 출렁거렸을 정도다.

결국 모친이 중재에 나서 2005년 9월 형인 무케시가 그룹의 핵심 격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포함, 화학제품 생산업체 IPCL의 경영을 맡기로 했다. 아닐은 릴라이언스 에너지·통신·금융 등을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현재 릴라이언스 그룹은 형인 무케시가 경영하고 있는 릴라이언스 그룹을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무케시는 릴라이언스 그룹의 모회사이자 인도 최대 민간기업인 릴라인어스 인더스티리 리미티드(RIL)을 갖고 있다. 석유·정유화학업체로 폴리에스테르 '얀'과 '섬유'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다. 또 포춘이 선정한 인도 유일의 500대 기업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269위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73계단 상승했다. 인도 전체 수출의 8.2%를 차지하고, 전체 간접세의 8%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RIL은 설비 고도화로 유명하다. 2006년 매출 272억 달러에 영업이익이 47억 달러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17.3%에 달한다. 국내 에너지업계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평소 "고도화설비에 집중 투자, 정제 마진을 높여 성공한 인도 재계 1위 기업 릴라이언스를 닮아라"고 주문하고 있는 이유다. 자회사 릴라이언스 페트롤리엄은 하루 58만 배럴의 원유 처리가 가능한 정유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이것이 완공되면 RIL의 정유처리 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릴라이언스 그룹도 타타 그룹처럼 공격적인 M&A를 펼치고 있다. 무케시 회장은 작년 10월 연례주총에서 M&A 위주의 성장전략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유럽 업체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무케시는 최근 '유통혁명' 도모하고 있다. 다국적 대형 할인점이 시장을 삼키기 전 인도 유통 근대화의 초석을 놓겠다는 것. 그의 야망은 현대식 슈퍼 체인점인 '릴라이언스 프레시'로 구체화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월마트 등 다국적 유통업체들의 진출을 가로막으며 유통 근대화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보호막이 걷혀도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그는 "외국인 직접투자 를 위해서도 유통시장은 개방돼야 한다"며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5∼6개 업체가 함께 경쟁할 공간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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