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풍 유통 혁명, 릴라이언스 "월마트 와도 자신"

뭄바이(인도)=김익태 심재현 기자 2008.03.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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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3-3>

인도 소매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유통시장의 연간 매출 규모가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연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도 1500여만개에 달한다. 97% 는 구멍가게 수준. 전국 유통망을 갖춘 곳은 3%에 불과하다. 개척되지 않은 '기회의 땅'이다.

2009년에는 시장규모가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전면 개방되지 않았음에도 이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월마트·까르푸·테스코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이유다.




↑ 릴라이언스는 인도 유통혁명을 꿈꾼다. 릴라이언스프레시 광고 동영상.

릴라이언스가 이런 시장을 놓칠 리 없다. 2006년 11월 하이데라바드에 식료품점 '릴라이언스 프레시'를 개점했다. 불과 1년여 남짓한 기간에 '인도풍'을 내세워 새바람을 일으켰다. 월마트나 까르푸가 고집하는 천편일률적인 서구식 매장이 아니다. 인도 사람의 쇼핑문화에 맞는 인도식 매장임을 강조한다.



매장 한쪽에는 꽃을 파는 코너가 들어섰다. 힌두교도들이 거의 매일 신에게 꽃을 바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점을 감안, 채소와 육류의 판매점은 물론 공급체계도 철저하게 따로 편성했다.

↑ '릴라이언스 프레시' 매장 내부.↑ '릴라이언스 프레시' 매장 내부.


전략은 적중했다. 초기 매장은 11개에 불과했다. 현재는 13개주 48개 도시에서 447곳에 달한다. 2011년까지 56억 달러를 투입해 총 784개 도시의 6000개 타운에 채소·과일을 다루는 식료품점 외 전자제품·슈퍼마켓·하이퍼마켓을 각 도시 실정에 맞춰 배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22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마누 카푸어 릴라이언스 부사장은 지난 1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릴라이언스 프레시는 인도 유통시장을 현대화해 소비자에게 싸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11억 전 국민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저항도 만만치 않다. 재래시장 붕괴를 우려한 일부 정당과 중간 상인들이 시위가 잇따랐다. 지난해 5월 자라칸드주 란치에서는 5000여명의 야채 행상들이 '릴라이언스 프레시' 매장 3곳을 습격했다.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였다.

↑ 쟈르칸드주(왼쪽)와 뭄바이(오른쪽)에서 일어난 릴라이언스 프레시 반대시위.↑ 쟈르칸드주(왼쪽)와 뭄바이(오른쪽)에서 일어난 릴라이언스 프레시 반대시위.
하지만 릴라이언스의 입장은 단호하다. 농산물을 농민들에게서 비교적 후한 가격에 매입하고 있다는 것. 유통 마진도 없애는 등 '팜투포크(farm-to-fork)'형 유통을 지향, 농촌경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누 부사장은 "인도 유통업계의 비효율성 때문에 생산되는 전체 농산물의 30~35%가 유통 도중 폐기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말했다.

소비 능력을 갖춘 인도 신흥 중산층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패턴은 더 이상 금욕과 거리가 멀다. 다국적 유통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는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우리는 성장이 우리의 생명이고 우리는 성장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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