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부인', 주식펀드 손뗀 지 언젠데…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3.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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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불안에 발빠른 대응 눈길

'펀드부인', 주식펀드 손뗀 지 언젠데…


해외펀드 자금유입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10월, 중국펀드로 이미 대박 수익률을 일궜던 서울 강남의 거액 자산가, 일명 '펀드 부인'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후 수익률이 급락해 많은 투자자들이 아우성을 하는 동안 이들은 발빠른 대응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섰다.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강남 부유층들의 재테크전략 핵심은 '한 발 빠르게'로 요약된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는 '복부인'으로 중국펀드가 잘 나갈 때는 '펀드 부인'으로 발빠르게 움직여 고수익을 거두고 모두가 몰릴 때는 한 발 먼저 빠져나갔다.



△"주식형펀드 손 뗀 지가 언제인데…"

부유층을 주로 상대하는 금융회사 일선 창구의 PB들은 고객의 발 빠른 변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작년말 글로벌 증시의 약세징후가 나타나자 부유층 고객 상당수는 중국펀드를 환매해 은행권의 7%대 정기예금으로 갈아탔다.



은행의 한 PB는 "언론에서 과거 수익률이 높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금융회사에서 관련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 부유층들은 이미 다른 자산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며 "부동산보다 주식형펀드의 기대수익률이 높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게 고객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부유층들은 7%대 은행권 정기예금과 연 10% 이상 수익이 예상되는 해외 이머징채권에 관심을 기울였다. 1월 주식형펀드 판매잔액 증가분중 적립식 비중이 26.17%로 증가한다는 것은,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거치식 투자비중이 줄고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펀드 부인들이 주식형펀드를 외면하는 첫번째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세금문제도 작용을 했다. 주식매매 차익은 2009년까지 비과세혜택을 받지만 브릭스펀드 등 해외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이머징 통화의 강세로 인한 환차익은 과세대상이 된다. 이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의외의 복병이 된다.


증권사 PB영업점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은 주식투자도 절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보유한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 매각하기보다 사전증여를 고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개구리 전략…'몰리면 피하고, 남들보다 빨리'
1월 증시가 급락할때 전문가들은 '저가매수'를 주장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에서 움직일때 펀드가입을 망설이던 다수의 투자자들은 1900선 붕괴가 저가매수 기회인양 몰려들었고 실제로 1월 국내주식형펀드 자금 순유입 규모는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0월의 과열, 1월의 급락 모두 시장에서 보내는 환매 사인이었다. 앞서 빠져나간 펀드 부인들은 국내외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형펀드에 남아있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 김대곤 채권운용팀장은 "채권이 올해 유망한 투자수단이 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개인들이 채권펀드로 관심을 돌리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수익률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재작년 10월에는 판교 이야기만했고 작년 10월에는 주식형펀드만 이야기했지만 몇 개월 지나서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자금이 몰리는 곳이 수익성이 좋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계보험사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외화표시 채권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많아졌지만 고액 자산가들이 알음알음으로 투자하고 있을 뿐 일반 투자자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특히 브라질 등 외국인에게 이자소득 비과세혜택을 주는 국가의 채권은 금리보다 환율 상승, 절세 효과를 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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