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회의와 의전 '확 바꿨다'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3.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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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심' '격식 파괴'로 '실용 변화 소통' 강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불필요한 의전을 대폭 줄이고 대통령 좌석을 일반 내빈과 같은 자리에 배치하는 등 ‘격식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의 장점을 살려 '실용주의' 관점에서 '일중심'의 역동적인 업무처리를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입장이다.



MB특명 “청와대를 확 바꿔라”
지난 25일 취임식 이후 일주일간 ‘MB식 실용주의’가 본격적으로 실천됐다. 현장 중심의 업무처리는 물론 ‘실용’을 키워드로 청와대 사무공간 재배치가 이뤄졌다.

"가장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사무 공간이 되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말동안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제외한 비서관들의 방을 없애고 직원들 사이에 높이 쳐져 있던 칸막이를 대폭 낮췄다. 회의실 의자도 기존의 딱딱한 의자에서 바퀴가 달린 기능형 의자로 교체해 참석자들이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도 쉽게 이동하고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첫 확대 비서관회의는 달라진 회의문화의 현장이었다. MBC 앵커 출신의 김은혜 부대변인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방송사 토론장 같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50여명의 참석자들이 지정석 없이 앉았고 1시간30분의 회의시간 내내 시종 격의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비서관들이 개인 애로사항과 대통령에 대한 고언을 개진하는 '격식 파괴'가 시도됐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대통령에게 “휴가 좀 가시라”라고도 했다.

‘일 중심’의 역동적인 업무처리
‘일 중심’의 역동적인 업무처리 방식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승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직후 청와대에서 총리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고 이어서 정부종합청사에서 총리 이취임식이 이어지는 등 강행군이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토요일인 1일 아침 8시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휴일 아침 8시에 임명장 수여하는 것도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장 수여 뒤에는 1시간 가까이 부부동반으로 조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3.1 절 행사 직후 곧바로 경기도의 한 중소업체를 방문하는 민생현장행보를 가졌다. 일요일인 2일도 오전 9시에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이 대통령의 청와대 경내 순방을 수행했고, 수석비서관 회의는 이종찬 민정수석비서관이 진행했다.



행사 눈높이를 국민에 맞춰라
축사,기념사 등 연설에 초점이 맞춰졌던 대통령의 현장방문 행사가 바뀌고 있다. 행사장 시설과 장식이 과거와 달리 대폭 간소화됐고 정치인 등 귀빈보다는 현장에 참여한 국민들을 우선 배려하는 현장밀착형 행사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학군장교 임관식은 그 시금석이었다. 과거 단상을 채웠던 군 장성과 내빈 자리를 줄이고 대신 부모들을 단상으로 초청했다. 학군장교들도 의자에 앉아 임관식을 치렀다. 3.1절 기념식에서도 과거 3부 요인보다 앞으로 돌출시켜 배치했던 대통령 좌석을 이번에는 다른 요인들과 나란히 배치했다.

식장 입장도 대통령 입장 전에 다른 참석자들이 대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대통령이 단상 입구에서 애국지사들과 인사한뒤 함께 입장했다. 행사 후 이 대통령은 연단아래까지 내려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경호 쪽에서 난색을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여기 계신 분들이 오늘 행사의 주인"이라며 악수를 나눴다.



특히 대통령은 간소한 행사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의전관계자들에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라고 가건물을 세우거나 단을 만들거나 페인트칠을 새로 하지 말라" "있는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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