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축은행 위기를 기회로

장 용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리서치센터장 2008.03.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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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저축은행 위기를 기회로


'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1948년 무자년' 이후 61번째, 즉 '환갑'이 되는 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이기도 하다. 군정종료 이후 수립된 우리 정부가 환갑을 맞게 되는 셈이다. 지난 60년간 국민이 뽑지 않은 두 사람을 빼면 2008년에 8번째 새 대통령을 맞았다.

중국에서는 '8'이라는 숫자를 가장 길한 숫자로 본다. 돈(金)의 획수가 8이고, 8의 발음(빠)이 머리카락(髮·재산을 상징)을 뜻하는 '파'와 같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가 탄생한 것도 1972년 임자년(壬子年) 쥐의 해였다. 벌써 36년이 흘렀다. 그러나 환갑이 되는 2032년까지는 두번의 '쥐의 해'를 지나야 한다. 2008년은 환갑, 경사, 길한 숫자, 전령사, 첫번째 등이 주는 긍정적 이미지와 같이 우리 저축은행업계에 좋은 일만 일어나길 빈다.
 
그러나 현실경제로 돌아와 업계가 직면한 2008년을 보자. 막연한 기대만으로 맞이할 만큼 녹록한 한 해가 될 것같지는 않다. 올해 글로벌 경제화두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와 중국 베이징올림픽 이후 버블 붕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국내 경제는 금융파생상품에 휘둘리는 금리의 변동성 확대와 불안정성,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조정 가능성, 그리고 이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경향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외 여건 자체가 좋지 못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의 여건은 어떨까. 지난해에는 1년 내내 '저축은행발', 혹은 '은행발' 부동산 대출 위험 또는 부동산시장 붕괴 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반시장적 정책이 부동산시장을 냉각시킴으로써 그동안 늘어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연말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 등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이어졌지만 문제가 더욱 확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해를 마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올해 신정부 출범 이후 기대되는 부동산 경기 진작과 이에 따른 호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막연한 전망이 내재됐을 것이다.

실제 올해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0만가구 수준에서 20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음을 볼 때 막연하게 부동산 가격 상승 또는 건설경기 호황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너무나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고 본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에 대한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 처리계획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따르면 모든 것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제시된 화두가 위험에 관한 것이라면 그만큼 기회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위험을 우리만 직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일수록 저축은행 본연의 임무인 '서민금융'을 더욱 확충해 우리 사회에 금융 소외자나 차별받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이 같은 서민금융 활성화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업계 내·외부에서도 서민금융 활성화가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재무건전성이 향상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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