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압력반 '코스피 러시'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전혜영 기자 2008.03.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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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코스닥(중)]

"이 상태라면 우리도 요건이 된다면 코스피로 가고 싶다." vs "와 봐도 별 것 없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회사의 본질 가치다."

최근 코스피시장으로 떠나는 코스닥기업들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다.



LG텔레콤 (9,870원 ▼70 -0.70%)무학 (6,300원 ▲80 +1.29%) 등 코스피로 떠나거나 떠날 마음이 있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얘기한다. 지난해 코스피로 간 코스맥스도 마찬가지다 "코스맥스는 해외기업들과의 거래에서 코스닥보다 코스피시장에 있다는 것이 더 높은 신뢰를 준다고 판단, 시장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이전기업 관계자는 "코스피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이나 조건이 더 엄격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통과했다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회사ㆍ건전한 회사'라고 외부에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기관 같은 경우 차이가 많이 난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 "투자자들이 이전을 원했다"=기업 신뢰도 제고와 함께 이전 기업들이 단골로 대는 이유는 투자자들이다. 지수 2000 시대까지 열었던 코스피에 반해 여전히 장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코스닥을 투자자들이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게 이전 기업들의 설명이다.

이들 기업의 생각도 일반 주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코스피로 가서 그동안 억울하게(?) 받던 코스닥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겠다는 욕구를 감추지 않는다.

LG텔레콤은 "코스피로 가면 인덱스형 펀드 자금도 들어올 수 있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록 3위지만 7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코스피의 SK텔레콤과 KTF에 비해 코스닥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도 코스피에 상장된 경쟁사인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에 비해 상대적으로 푸대접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코스피시장으로 옮기면 대형 지수에 편입되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이전 결심을 굳혔다.

문제는 시장의 차이가 아니라 기업가치의 차이 =그렇다면 이들 생각처럼 코스피시장으로 갔을때 코스닥에 있을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았을까. 몇년전 같은 생각으로 코스피시장으로 향했던 선배 이전회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일부는 오히려 코스닥에 남았더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3년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코스피로 옮긴 엔씨소프트 (182,900원 ▲3,700 +2.06%)와 이듬해 뒤를 이은 KTF (0원 %)는 이전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을 옮겼다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더 오지도 않았고, 변동성은 오히려 코스닥때보다 더 높아졌다.

또 코스피 상장요건이 되면서도 코스피로 갈 생각은 전혀 안하는 코스닥기업도 있다. 시가총액 면에서 코스피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NHN (159,900원 ▼700 -0.44%)은 코스닥 사수 입장에 변함이 없다. 2004년 KTF의 이전으로 시총 1위 자리를 물려받은 NHN은 당시보다 시총 규모를 30배 가량 늘린 상태다.

2004년 KTF에 이어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다 라이코스 부실때문에 발목잡혔던 다음 (34,900원 ▼400 -1.13%)은 이후 시장 이전 생각을 접은 상태. 현재 경영진은 코스피 상장 요건이 되는지 여부조차 모를 정도로 시장 이전은 관심권 밖이다. 다음도 코스피 상장 추진때보다 시총이 4배 가량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어떤 시장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아직 차별화된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한 기업들 입장으로선 최근 탈코스닥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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