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동' 이어 '공천파동'…난감한 한나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2.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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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탈락자 반발·물갈이 논란...당내, 총선 악재 '골머리'

한나라당이 '4.9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달 초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시간표에 따라 막바지 심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1차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에는 당의 텃밭인 영남 중진의원들의 공천 여부를 두고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잠복해 있던 '공천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조각파동'으로 심각한 민심 이반 사태에 직면한 터에 '공천파동'까지 겹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탄탄대로이던 총선 가도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다.



'집단행동' 나선 탈락자들 "기준이 뭐냐"= 벌써 며칠새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위치한 한나라당 당사 앞은 소란스럽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1차 심사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앞을 막아 선 의경들이 어우러져 북새통이다.

지난 28일 오후. 당사 앞에 모인 '공천후보자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공심위 심사 채점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공천후보자연대는 탈락 후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위해 구성한 모임이다.



이들은 "도대체 공천 심사 기준이 뭐냐" "낙하산 인사의 공천 내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강민 공심위 위원장과 이방호 사무총장을 겨냥해 사퇴를 촉구하고 공천 재심도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근령씨의 약혼자인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중랑을 신청)와 이승훈 국제대 교수(마포을 신청) 등 탈락자 11명은 '금붕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심위원들을 '입만 뻥긋하는 금붕어 로 규정하고 공심위 측에 병에 넣은 금붕어를 배달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다.

29일에는 공천 탈락자 지지자들과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연출됐다.


중진 물갈이 논란에 '개혁공천' 요구까지= 한나라당이 공천 2차 심사에 착수한 28일, 공심위는 파행 회의로 몸살을 앓았다. 포항 남·울릉에 단수로 공천을 신청한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공천 내정 여부를 두고서다.

공심위원간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지고 일부 공심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서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 부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내 최고령(73세)·최다선(5선) 의원으로 '용퇴' 압력을 받아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부의장의 공천을 밀어붙인 반면,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 등 외부에서 수혈된 공심위원들은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공천 배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 교수 등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소동이 빚어진 끝에 공심위는 이 부의장을 비롯한 영남 중진들의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당내에선 이날 일어난 '사단'이 쉬쉬하던 '개혁공천' 주장에 힘을 싣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이 새 정부에 걸맞은 '새 옷'을 걸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통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탓이다.

당내에선 물갈이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총선을 앞둔 당에 또 하나의 악재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장관 인사파동에다 공천파동이 더해지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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