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장관들이 고민하는 인터넷 미래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2008.02.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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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장관들이 고민하는 인터넷 미래


2007년도 최저생계비 산정시 휴대전화 서비스의 필수품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통신서비스가 국민 일상 속에 매우 밀접하고 긴요하게 자리하고 있는 방증이다.

통신서비스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실현과 새로운 기술적 진보에 힘입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현재 시내전화 가입자 수는 2300만, 이동전화는 4200만, 그리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1400만명을 넘어섰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통신서비스 이용료의 비중도 커졌다. 식료품비, 교통비, 교육비에 이어 4번째다. 그만큼 통신서비스가 소비자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통신서비스 이용의 증가에 따라 피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통부에 제기된 통신민원 중 피해관련 고충민원이 2004년 2만6000건에서 2006년 3만6000건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의하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소비자피해가 품목별 소비자피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피해사례 증가와 함께 기존 상품과 다른 피해 양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 중독, 스팸문자 난무, 광고 팝업창 공해 등 통신서비스와 관련한 피해 양상은 대단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기존 상품과 판이하게 달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은 통신서비스 상품이 지닌 특성에서 비롯된다. 통신서비스는 소비자 의사 결정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상품과 달리 새로운 기술 및 과학발달의 산물로서 소비자에게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화의 가속화와 다양한 상품 간 융합에 따라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는 등 그 변화의 양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유무선 통합, 통신방송 융합, 인터넷전화(VoIP) 출현 등 급속한 시장 환경변화에 의해 일반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선택과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6월 17일~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인터넷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장관회의’를 개최한다. ‘디지털 시대에 창의, 신뢰, 융합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목표로 ▲미래 경제성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인터넷 이용 ▲융합혜택 ▲창의성 증진 ▲신뢰 구축 ▲글로벌 정보사회(글로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세부 의제 중 하나로 채택된 '통신서비스에서의 소비자보호'가 눈길을 끈다. 전통적 통신환경에서의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정책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 소비자 보호 및 권익강화에 나서기 위한 지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OECD 통신서비스 부문 소비자보호 및 소비자 권리강화 원칙을 목표로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다양한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개발 장려 ▲가용 서비스 및 공급자 가용성과 이득, 그리고 소비자 권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계약서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 소비자의 통신서비스 전환 비용 최소화 ▲소비자 분쟁 적시 해결 촉진 등의 주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의 모든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만족스런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방안과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각국 정부 및 기업의 대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통신서비스 소비자보호 및 권리강화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한발 더 나아가, 차제에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 소비자보호 정책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기적 산업발전을 뒷받침 할 소비자보호에 필요한 명확한 업무분담과 통일 된 기준마련을 통해 규제공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제회의를 계기로 부처간 힘겨루기를 떠나 통신서비스 소비자보호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소비자보호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통해 건실한 산업활성화를 견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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