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1건꼴 "회사 팝니다"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송선옥 기자 2008.02.2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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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은 코스닥시장<상> 경영권 프리미엄 100억 → 30억

 "코스닥 오너의 80%는 프리미엄 100억원만 보장된다면 회사를 팔 것이다." (M&A 전문가)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사업을 골치아프게 하느니 `머니게임'을 해서 쉽게 돈을 벌고픈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코스닥사 CEO)

 한때 벤처기업에 꿈의 무대였던 코스닥시장이 꿈을 잃어가고 있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떠나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이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다. 희망의 부재는 사업체를 키우기 힘든 경제현실이 투영된 것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희망의 부재는 작전과 테마광풍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장의 물을 흐리며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전ㆍ테마가 횡행할수록 코스닥은 마치 유흥가같은 이미지를 풍기며 인내를 갖고 기업을 키워줄 좋은 자금을쫓아낸다.



◇ IT 벤처 제대로 피지못하고 M&A행=지난해 7월 창사 10주년을 채 1년을 남기지 않고 코스닥 M&A 시장의 강자인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에 회사를 넘긴 아이티플러스의 이수용 사장은 올들어 솔루션 사업부분을 떼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독립했다. 소프트웨어 1세대 주자인 이 사장은 코스닥 거품이 꺼진 2000년9월에도 액면가의 50배로 60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2년6월 상장이 꼭짓점이었다. 상장 3개월만에 주가가 1/5토막 난 이후에도 근근히 버텼지만 결국 지난해 7월 에스에프쪽으로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짝 급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장 초기 최고가 대비 1/10토막도 안된 상태에 주가가 머물고 있다. IT 솔루션쪽 한우물만 팠지만 국내 IT벤처기업들의 위축을 이겨내지 못한 것.



SK텔레콤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2000년 독립, 무선인터넷 솔루션 분야의 강자로 성장했던 엑스씨이 김주혁 사장은 독립후 6년이 걸려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겨우 1년3개월을 버티다 경영권을 넘겼다.

데이콤에서 분사한 통합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사이버패스 류창완 사장은 지난해 6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1년6개월을 버티다 한글과컴퓨터 백종진 사장에 경영권을 넘겼다.

엑스씨이는 경영권 변경과 함께 테마파크를 신사업으로 추가, 새 영역 개척에 나선다. 아이티플러스와 함께 사실상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서는 것. 사이버패스는 그나마 모빌리언스와 결합으로 기존 사업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 경영권 변동후엔 테마주로 전전=성장동력 고갈로 어쩔 수 없이 M&A를 선택하지만 그것이 또 답이 된 것도 아니다. 팔린 회사들은 기존 기량을 강화하기보다 당장 주가부양에 약발이 있는 불확실한 테마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섬유업체로서는 탄탄한 입지를 가진 우수씨엔에스는 지난 연말 경영권이 바뀌면서 자원개발ㆍ태양광ㆍ바이오에너지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요즘 잘나가는 테마는 모두 사업목적에 추가한 셈이다.



 2006년 6월 LCD 검사장비업체로 상장한 오엘케이는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상장 1년도 안돼 자원개발업체로 탈바꿈했다. 최대주주는 2차례나 바뀌었다.

 슬러지오일 재처리 플랜트 사업을 추구한 박중원 전 뉴월코프 대표는 코스닥 진출 8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사 대표직을 내줬다. 바코드 관련 장비업체였던 뉴월코프는 에너지개발사로 변신한데 이어 박 전대표의 경영권 매각으로 교육업체로 업태를 완전히 바꿨다.

◇자고나면 코스닥기업 매물=시장에는 경영권 프리미엄만 보장되면 매물로 나올 물건이 넘쳐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개(100억원)까지 주는 기업은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30개에서 50개면 딜이 성사된다"고 말한다.



한 M&A 전문가는 "지난해 평균 50개 정도에서 형성됐던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은 지난해 규정이 강화되면서 시장이 위축, 요즘은 30개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연말부터 M&A가 성사돼 주인이 바뀐 곳만도 도움 인티큐브 미주레일 에이에스이 스타엠 텍슨 펜타마이크로 오디코프 등으로 한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1~2주에 1건꼴로 M&A가 이뤄지고 있는 셈. 100억원은 고사하고 30억원 정도라도 프리미엄을 받고 팔겠다는 경영권을 팔겠다는 나선 오너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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