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애그플레이션이 '기회'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8.02.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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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거래소 출범으로 농업 발달, 수급불안 개선 기대

↑에티오피아 국기 ↑에티오피아 국기


에티오피아는 비옥한 땅을 지녔음에도 가난과 기아에 허덕여 온 대표적인 아프리카 국가다. 유엔과 세계은행(WB)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1400만 에티오피아인의 젖줄이었다.

그랬던 에티오피아가 가난과 기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농업혁명을 통해서가 아니다. 상품거래소 출범을 통한 '시장혁명'이 에티오피아의 신무기다.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식료품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에티오피아의 농업생산이 탄력을 받을 경우 수급불안이 상당 부분 진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에티오피아, 3월 상품거래소 출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오는 3월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 에티오피아 상품거래소를 출범시킨다. 거래소는 우선 옥수수·밀·콩·깨 등 농산품에서 시작해 커피와 비농산품으로 취급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당장은 현물거래만 가능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선물체제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농부들은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곡물의 가격도 특정 가격대에 고정시킴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거래소 출범은 세계은행(WB)과 국제식량정책연구원(IFPRI)을 두루 거친 엘레니 가브레 마드힌 이코노미스트가 주도했다. 그녀는 여기저기서 연구원을 모으고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거래소 출범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했다.


그녀는 "상품거래소를 통해 얻게 될 가장 큰 혁명은 에티오피아 농부들이 폭넓은 시각과 국제적인 마인드"라며 "근시안적인 생각을 탈피하고 언제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 등의 방법론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농업 원시국에서 현대국으로 도약



↑밭에서 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농부들↑밭에서 일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농부들
에티오피아인의 농업 발달 수준은 중세 시대와 다를 게 없었다. 농부들은 소와 쟁기를 이용해 곡물을 재배했고 수확한 곡물은 마땅한 저장시설이 없는 까닭에 당나귀를 이끌고 다니는 중개인들에게 곧바로 팔아 넘겨 생계를 이어 왔다. 이런 농부들이 에티오피아 전체 농업 생산의 95%를 차지했다.

그러나 상품거래소 출범과 동시에 농업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우선 에티오피아 정부는 풍년시에 곡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전국에 저장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농부들은 이제 시장에 곧바로 내다파는 대신 저장고를 이용,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커다란 변화다. 우선 농부들은 시장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어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따로 둘 곳이 없어 중개인이 부르는 값에 곡물을 넘기는게 다반사였다.

실제로 풍년이었던 지난 2003년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이들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이 풀리다 보니 곡물값이 80% 가까이 폭락해 빚을 갚기는커녕 연명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잃은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일할 동기마저 사라져 전국적으로 재배농지가 급격히 감소했고 기아는 전염병처럼 확산됐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중개인이 200비르(에티오피아 통화)를 제시하면 그 값에 무조건 팔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시카고, 런던의 판매 가격을 알 수 있어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거래소는 또 전국 20여 도시에 대형 전자 스크린을 설치해 농부들이 실시간으로 곡물 가격을 알수 있도록 했다. 농부들은 스크린을 통해 언제 얼만큼 팔아야 할지를 알게 되고 수요자들도 표준화된 가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옥수수 재배농인 불부라 툴레는 "당시에 거래소가 있었다면 굶어죽는 이들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풍작인 해에 남는 물량을 처리하는 방법만 알았더라도 가격이 턱없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 농업생산 회복시 세계 곡물 수급 안정에 기여

상품거래소는 에티오피아를 넘어 세계 곡물 시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에티오피아의 농업생산량이 늘어나면 수급불안이 일정 수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타이밍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WSJ은 덧붙였다. 밀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고 콩과 옥수수값도 천정부지도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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