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KFDA]임신과 약물복용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0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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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인줄 모르고 감기약을 먹었어요.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예비엄마들이 많이 있다. 임신 중 약을 복용하는 것은 물론 주의해야 할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약을 먹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우선 임신중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민감한 시기가 임신 3주~8주 기간임을 생각하면 조금 안심이 될 것이다.

약물에 의해 기형이 생기는 기간은 약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태아의 기관이 가장 활발히 발생.형성되는 시기인 임신 3~8주가 가장 치명적이다. 임신인줄 알기 어려운 임신 초기(3주전)에는 약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거나, 크다면 조기유산된다.



임신중 약물 부작용으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60년대 발생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유럽 등에서 팔과 다리가 없거나 길이가 짧은 기형아가 전에 없이 자주 보고됐다. 이유를 따져보니 1950년대 후반에서 유럽에서 임신부의 구토를 진정시키거나 수면을 돕기위해 처방했던 탈리도마이드가 원인이었다.

1970년대의 부작용 사례는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신 중 유산방지를 위해 처방된 디에칠스틸베스트롤(DES)이란 약이 원인으로, 이 약을 먹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사춘기에 이르러 자궁의 모양이상 등 기형이 발생했다.



하지만 태아의 기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생아의 3%가 선천성 이상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중 65%가 원인불명이고 유전적 원인이 4%, 약물에 기인하는 것이 1%로 추정되고 있다.

임신부에 위험하다고 알려진 약물로는 항경련제인 트리매타디온(trimethadion)이나 페니토인(phenytoin), 항응혈제인 와파린(warfarin), 항암제, 호르몬제 등이 있다. 다이옥신이나 바르는 여드름치료제 등도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지만, 임신부가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정확한 부작용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약물이 태아나 모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임상실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동물에 실험한 결과나 약을 먹고 나타난 사례 등을 통해 부작용을 추론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약을 피할 수는 없다. 엄마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엄마와 아이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약을 먹어야 할 것이다.

이때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는 일은 필수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사용설명서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약청은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고 시판을 허가해준다. 이런 정보는 사용설명서에 기재된다.



사용상의 주의사항에서 임신부와 관련이 있는 곳은 크게 세 부분이다. 임신부가 복용할 때 위험한 약물은 위험한 순서대로 맨 앞부분에 나오는 경고항이나 '다음 환자에는 투여하지 말 것,' '다음 환자에는 신중히 투여할 것' 항에 표기된다. 또 '임부 및 수유부' 항이 별도로 있는데, 여기에 임신부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임신과 관련된 정보는 주로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기타' 항에 동물시험에 대한 결과가 추가로 기재되기도 한다. 이 세부분을 찾아 읽으면 그 약이 임신부에 얼마나 안전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주의사항에서 '임신부에서 적절히 통제된 시험은 실지되지 않았다' '임신부에 대한 안전성은 확립되지 않았다' '임신부에게 이 약은 사용한 경험은 없다' 등의 표현을 본다면, 사람을 대상으로 그 약이 생식.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임신부는 주의해서 사용하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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