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하루새 "청문회강행→경질요청" 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2.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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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읍참마속' 요청...배경은 총선 민심이반 조기차단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경질 요청이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긴급 당청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에는 전날까지만 해도 두 후보자를 감싸는 듯한 기류가 강했다.



당 지도부는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사퇴를 촉구한 통합민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청문회를 열어 검증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

강 대표는 전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청문회에 응하지 않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마치 법원의 판사가 문제가 많은 사람은 재판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도 "청문회는 국회의원의 권리이고 의무이다.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들에 대한 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측의 청문회 '보이콧'을 국회가 의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일단 청문회를 진행해 여야가 같이 검증해 보자는 입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불과 하루만에 청문회 강행 방침을 철회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데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른바 '문제장관'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점이 첫째로 꼽힌다. 남 후보자는 자녀 이중국적과 강경한 대북관 논란에다 부동산 투기와 자녀 교육비 부당환급, 논문건수 허위신고 문제까지 불거졌다.

박 후보자도 절대농지 매입 등 잇따른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하룻새 남편 명의로 된 전남 신안군 증도면 땅에 대한 투기의혹이 추가되면서 당내에서조차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코앞으로 다가온 '4.9 총선'의 압승을 바라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심 이반을 조기에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는 의미다.

전날 무산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도 당 지도부를 조급하게 만든 요인이다.

민주당은 전날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시점을 29일로 연기하면서 인준 협조 여부를 장관 청문회 결과와 연계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 장관들의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리 인준 반대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였다.

인준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장관 임명 제청도 덩달아 연기되고 새 정부의 파행 운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해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읍참마속'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청을 싸잡아 겨냥해 "너무 늦은 결정" "이미 표를 깎아먹을대로 깍아먹었다"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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