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과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우려로 추락한 주식시장은 구제책이 발표되자 환호했다. 또 물가 및 유가, 주택판매·소비·소비자신뢰 등 각종 경제지표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며 울고 웃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변수들에 대한 증시의 내성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변수들의 '영향력'도 조금씩 엇갈리는 모습이다.
앞으로는 신용문제, 물가·유가, 경제지표 중 과연 어떤 변수에 가장 주목해야할까.
◇신중론자-지표를 보세요
먼저 시장의 신중론자들은 경제지표가 증시에 또 한차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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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증시충격은 신용우려 대신 '경기침체'에서 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서브프라임과 관련, "큰 부분은 어느정도 지나갔고, 증시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과 전세계의 경기둔화가 증시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며, 특히 미국의 소비관련 지표가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도 '결국 경제지표가 답'이라는 입장이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노라인도 사실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중요한 것이며, 유가도 마찬가지"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가·유가 흐름을 봐야합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물가 및 유가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 변수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물가 및 유가흐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지금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지만, 물가를 내리지 못하면 금리를 내릴 수 없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물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모노라인부분은 이미 지난 번 하락 국면에서 시장에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스태그플레이션을 포함한 물가 및 유가흐름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물가는 유가 때문에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유가자체도 신흥국시장 즉 이머징 마켓의 경기호조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CJ투자증권도 지표보다는 물가 등의 가격변수에 주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지표흐름 좋지 않다는 사실은 시장에 전해진 것으로 지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이보다는 유가와 달러등의 가격변수 움직임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증시는 주택,신용문제 등의 최악이 언제냐는 '바닥찾기 게임'에 진입했다"며 "이같은 지표보다는 유가나 물가흐름이 시장의 회복세를 얼마나 저해할지가 주된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경제지표는 예상을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서프라이즈'가 나오지 않을 경우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며, 이보다는 모노라인 대책 같은 뉴스플로가 더 큰 영향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번 시장을 급락세로 몰았던 전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지수가 다음달 안좋게 발표되더라도 시장이 큰 쇼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경제지표에 대한 '내성'은 최근 확연히 눈에 띈다. 지난 25일 1월 기존 주택 판매 발표결과 전월 대비 0.4% 떨어진 489만채(연률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9년래 최저 수준이지만, 예상치 480만채를 웃도는 탓에 증시를 억누르지는 못했고 뉴욕증시는 1%넘게 반등했다.
경제지표에 주목해야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현대증권 (7,370원 ▲10 +0.1%)도 "이제는 유가가 방향성을 쥐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1위 채권보증사인 MBIA에 대한 S&P 및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유지 및 2대 채권보증사인 암박에 대한 대형은행의 30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이 진행 중임에 따라 미 모노라인 신용등급 하향조정 우려에 의한 신용경색 확산 우려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 경기회복과 관련해 남은 관건은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 여부"라고 밝혔다.
◇신용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당장 '모노라인 구제책'의 실현여부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보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보다도 신용경색 우려와 미국 투자은행 주가가 가장 큰 단기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주 증시에 있어서 당장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 모노라인 관련해서 은행출자를 통한 해결책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 여부와 미국 투자은행의 주가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모노라인 구제책'을 가장 큰 변수로 꼽고있다.
양 팀장은 "당장 모노라인 업체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이 일어날지, 구제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그 다음으로 2월 미시건 소비자신뢰지수(29일) 등 지표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도 "당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역시 모노라인 등 서브프라임 부실의 후폭풍"이라며 "모기지 관련 채권 전 분야와 차입대출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투자은행의 추가상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