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맞는 의협, 구겨진 히포크라테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2.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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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잇따라 터진 악재로 의사들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진료비 부당청구에 이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들이 입건되는 등 히포크라테스 체면이 있는대로 구겨지고 있다.

27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협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의료 100년, 국민건강 100세'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민과 함께하는 종합학술대회'부터 세계의사회총회, 결혼이민자가정 대상으로 B형간염백신 무료예방접종사업 등 각종 이미지개선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잇단 악재에 휘말려 시작도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병원 진료비 부당청구 파문은 새해들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 23일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후'는 병원의 진료비 편법청구와 과다청구, 임의비급여 문제 등을 다루며 '돈벌이에 급급하는' 병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 후 각종 포털사이트 토론방에는 의사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극단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병원들이 생명보다 돈벌이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병원의 진료비 영수증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당청구 논란에 휩쌓였던 여의도성모병원이 지난 21일 140여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도 이 같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당시 병원 측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결백을 입증하지 못했다.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문제는 진료받은 환자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진료비 환급 조치를 받으며 부당청구 파문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하루에만 300여통이 넘는 진료비확인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환자들이 더이상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납품받는 대가로 수십억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의사들이 대거 입건된 사건도 히포크라테스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엑스레이 등 촬영에 쓰이는 조영제를 납품받는 대가로 제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사 300여명을 적발, 그중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특히 적발된 의사 대부분이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 종사자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적발된 의사들은 1000만원대 그림이나 컴퓨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장모의 회갑잔치 비용을 대납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SBS '뉴스추적'은 27일 저녁 방송을 통해 '성폭력, 마약…히포크라테스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환자성폭행과 마약투여 등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의료인들의 범죄실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통영 수면내시경환자 성폭행 사건을 비롯, 마약을 투여한 상태로 수술했던 의사 사례를 다루는 등 의사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집중조명하겠다는 태세다.



한편 의사협회는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단체로 재도약하기위해 2004년부터 창립 100주년 위원회를 조직하고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조직위 구성후 3년 넘는 기간동안 조직위원회는 기념콘서트, 패션쇼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의사독립운동가 발굴, '건강한 국민만들기' 캠페인, 의사 100년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왔다. 오는 5월 2일에는 '한국의료 100년, 국민건강 100세'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주경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있었던 문제들이 최근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인 만큼 정권 교체기 기득권 집단에 칼을 겨누고 정치적으로 몰고가려는 시도가 아닌가 의심된다"며 "그런 일각의 시도에 개의치 않고 100주년의 의미를 고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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