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빅 블루 효과" 사흘째 상승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2.27 06:58
글자크기

IBM, 150억불 자사주 매입..'모노라인'호재도 가세

뉴욕 증시가 '빅 블루(IBM의 별명) 효과'로 인해 사흘 연속 상승에 성공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현재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4.70포인트(0.91%) 오른 1만2684.92를,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대비 9.49포인트(0.69%) 상승한 1381.29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7.51포인트(0.75%) 오른 2344.99로 마감하는 등 주요지수가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초반 뉴욕증시는 악화된 경기지표의 영향으로 하락권에서 맴돌았다.
곡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를 억눌렀다.
주택 경기가 최악을 달리고 있는 점도 악재에 반영됐다. 컨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고용부진과 경기둔화 영향으로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IBM이 주가를 부양하고 주당 실적을 개선시키기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가 세계최대 채권보증회사 MBIA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최고등급 AAA로 유지키로 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제퍼리스의 수석 시장전략가 아트 호간은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들은 다우지수를 100포인트 이상 끌어내릴만한 것들이었다"면서 "이미 수많은 악재들이 시장에 반영된만큼 시장이 반대편으로 움직일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지난주말 이후 사흘간 400포인트, 3.5% 가까이 오르는 강세행진을 이어갔다.

◇ '빅 블루' 모처럼 이름값, '모노라인' 안도감 추가

IBM이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붙여졌던 '빅 블루(Big Blue)'라는 별명이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서비스업체인 IBM은 이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150억달러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IBM은 4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IBM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 순이익이 5센트 올라간 8.25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 주가는 전날에 비해 3.9% 상승한 114.38달러로 마감했다.


IBM의 자사주매입 소식은 미국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며 우량기업들의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1.94%, 인텔 3.76%, 휴렛팩커드가 2.2% 오르는 등 기술관련 블루칩들에 호재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황제'구글은 이날 주가가 급락, 체면을 구겼다.
구글 주가는 전날에 비해 4.57% 하락한 464.19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최근 1년래 최저가인 446달러선까지 급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정보기술(IT) 관련 데이터 업체 컴스코어는 전날 오후 늦게 구글의 지난달 광고 클릭수가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구글의 '유료 광고 클릭(paid clicks)'수는 전달에 비해 7% 감소,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에 머물렀다.



IBM외에 전날 시장을 상승세로 반전시켰던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신용등급 호재가 장 후반 더해졌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날 세계 최대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MBIA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전날 MBIA와 2위 보증업체 암박의 신용등급을 현행대로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키로 결정한바 있다.

이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배당금을 유보하기로 결정, 장초반 하락세를 탔던 MBIA주가는 신용등급 유지 결정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4.8% 상승 마감했다.
전날 동반급등했던 2위 보증업체 암박의 주가는 1.77%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사상최고가, 에너지주 강세..항공사 울상



엑손 모바일이 전날보다 76센트 오른 89.89달러를, 코코노 필립스가 2.34달러 오른 84.60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로 치솟으면서 에너지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인 점도 주가지수 상승에 일조했다.

26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1.65달러(1.7%) 오른 100.88달러로 마감했다. 종가기준 종전 최고가는 지난 20일의 100.74달러였다. 유가는 장중 한때 101.15달러까지 상승, 지난주 기록한 장중 최고가격 100.65달러 기록도 경신했다.

반면 유가상승으로 원가압박을 받게 된 항공사들의 주가는 시장전반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약세 내지는 혼조세를 보였다. 델타 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각각 1.5%, 0.8% 하락한 반면 노스웨스트와 유에스에어는 1.0%, 1.4%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유통 업체들의 기업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바닥심리'가 작용,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는 강세를 기록했다.
타깃은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 11억2000만달러에서 10억3000만달러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깃의 주가는 1.48달러 오른 38.46달러로 장을 마쳤다.

홈디포의 4분기 순익은 전년동기(9억2500만달러, 주당 46센트) 보다 27% 감소한 6억7100만달러(주당 40센트)를 기록했다. 홈디포는 주택경기침체를 반영, 올해 매출액이 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디포의 주가역시 전날에 비해 0.1센트 오르는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금융주 가운데는 골드만삭스가 실적 전망 하향의 타깃이 됐다. 메릴린치는 골드만삭스의 1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3.97달러에서 2.31달러로 42% 하향했다.
매출액 전망치도 96억달러에서 75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2.63% 하락했다.



◇달러화 사상최저 수준 급락

미국 경기지표 악화의 영향으로 달러화 가치가 유로대비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현지시간) 오후 3시25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9% 상승한 1.4967달러를 기록했다. 유로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979달러까지 상승(달러가치 하락), 지난해 11월23일 기록한 1.4967달러 기록을 넘어섰다.



엔/달러 환율도 107.23엔으로 전날의 108.08엔에 비해 0.78% 하락(엔화가치 상승)하는 등 달러화가 주요 통화대비 약세 행진을 지속했다.

이같은 달러화 약세는 이날 발표된 경기관련 지표가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경기지표는 첩첩 산중



미국 노동부는 1월 PPI가 전월대비 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0.4%를 상회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PPI 역시 0.4%를 기록, 1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2%를 상회했다.

전년동기대비로도 PPI는 7.4% 상승, 전문가들의 예상치(7.3%)를 웃돌았으며, 핵심 PPI는 2.3%로 역시 전문가들 예상치인 2.2%를 상회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전월 87.3에서 75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82를 크게 하회한다. 특히 6개월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전월 69.3에서 57.9로 하락, 걸프전이 발발한 199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이 지난 12월 사상 최대폭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월 S&P/케이스 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전년동기대비 9.1% 하락, 사상 최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9.7% 하락에는 소폭 못미쳤다.

4분기 S&P/케이스 실러 주택 가격 지수도 전년동기보다 8.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년래 최대폭 하락이다.

.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