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대 초저가차 '나노'에는 타타그룹의 철학이 담겨 있다. 지난달 10일 인도 뉴델리 자동차 엑스포장.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이 '나노'를 직접 몰고 나와 전세계에 선보였다.
↑ 지난달 10일 인도 뉴델리 자동차 엑스포에서 라탄 타타 회장이 직접 '나노'를 선보였다.
인구 11억에 자동차 보급률 1% 미만, 1000명당 차 보급 대수가 고작 9대, 1인당 소득 700달러인 곳이 인도다. "오토바이 한 대에 부모부터 아이까지 5명의 가족이 매달려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이때부터 저소득층도 살 수 있는 자동차 개발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매년 1억 달러 가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타타그룹의 '박애주의' 원칙이 그대로 묻어난 말이었다.
↑ 지난달 10일 타타모터스가 선보인 240만원대 저가차
'나노'의 '스탠더드'(위) 버전.
오토바이 가격은 최저 1만7800 루피에서 9만1000루피.
'나노'는 '스탠더드'와 '럭셔리' 2개의 모델로 공개됐다. '스탠더드' 버전은 세계에서 가장 값싼 차다. 인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루티 스즈키 '알토'(25만 루피=약 60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 인도 시장에서 가장 싼 '마루티 800'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2003년 '원랙(one lakh)카'(lakh : 십만을 뜻하는 인도 말) 계획이 나왔을 때 세계 자동차업계는 코웃음을 쳤다. 안전과 성능상 이 가격으론 온전한 차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였다.
라탄 타타 회장도 "나노 개발은 지금껏 해온 어떤 일보다 '불가능'에 도전한 과정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약속은 약속"이라는 말로 국민의 믿음에 보답했다.
드베시스 타타모터스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반쪽짜리 차를 원하지 않는다"며 "성능과 비용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도 국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뭄바이 시내에서 만난 킨사라(55)씨는 "스즈키 마루티의 '알토'가 나왔을 때도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나노'는 이보다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오토바이보다 안전하고 편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라탄 타타 회장은 "나노의 출시는 혁명이 아니라 진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타타모터스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영국 자동차의 상징인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타타모터스 생산 공장.
세계 자동차업계는 인수 성공시 타타모터스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신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차에서 고급 차종으로 생산라인이 다양화돼 단숨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타타그룹은 최근 압축 공기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도 개발 중이다. 연료와 대기오염의 염려가 없는 차세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도에 보탬이 되는 물건을 팔겠다는 '타타 철학'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 지난달 10일 타타모터스가 선보인 240만원대 저가차
↑ 타타모터스 생산 공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