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땅투기 의혹으로 결국 '낙마'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2.24 20:02
글자크기

(종합)"새정부 걸림돌 되지 않으려 물러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온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공식 사퇴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사상 초유의 장관 낙마로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과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일이면 힘차게 출발해야 할 이명박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여성부 장관 내정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후 제 소유의 부동산이 많다는 비판과 함께 투기의혹이 제기됐지만 저의 부동산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상속받았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일생을 바르게 살아왔고, 공익을 위해 일해왔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의 부름에 준비가 되지 못해 부끄럽고,죄송스럽다"며 "저의 사임으로 국민 여러분의 박수 속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춘호 후보자가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고 결국 오늘 사퇴했다"며 "당선인과 전화통화 등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위야 어떻든 내각 조각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끼쳐 죄송스럽다"며 "여성부 장관 후임자는 숙의를 거쳐 조속히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자외에 추가사퇴 예정자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27-28일)를 앞두고 이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부동산 투기와 자녀 이중국적 의혹 등 잇따라 터져나온 도덕적 결함에 대한 거센 비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과다 보유와 이 과정에서의 투기 의혹이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아들 명의로 전국 5개 지역에 아파트와 오피스텔,단독주택 등 총 40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45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제주도 임야를 절반으로 축소신고했다는 의혹과 장녀·차남의 재산신고 거부,장남의 납세명세 제출 누락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를 향해 '복부인대표' '부동산장관'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유은혜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착오라는 해명은 궁색하다"며 "숨겨야 할 더 많은 부동산 비밀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4.9총선을 앞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한나라당도 보호막을 걷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재산형성 과정에서 편법·불법이 드러나는 등 장관으로 부적절한 흠을 가지고 있다면 앞장서서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장관 후보자중 부동산 투기가 의심스러운 사람이 끼어 있다"며 "당선인에게 일부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