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한통운M&A 투자 '말 바꾸기'

더벨 현상경 기자 2008.02.25 13:10
글자크기

전략적투자→재무적투자→투자대상변경→투자안해… 업계 "역량·태도 부족"

이 기사는 02월25일(11: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그룹과 손을 잡고 대한통운 (92,700원 ▼2,600 -2.73%)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던 미래에셋이 잦은 계획변경으로 M&A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자산규모나 업계 위상에 걸맞지 않게 투자은행(IB)업무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의 잦은 말바꾸기 행태가 M&A 인수금융이나 사모펀드 투자 등에서 경험과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당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금호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 계획을 세웠으며 법원에 제출된 인수제안서에도 이름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이후 미래는 SI형태 투자로는 부담이 크고 수익이 적다고 판단,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금호에 전달했다.



방향을 튼 미래에셋은 이후 4조1040억원의 인수자금 가운데 3000억원 가량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는 금호 계열사를 포함,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10여개 회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를 제외하고는 최대규모다. 자금제공 주체로만 보면 미래에셋이 핵심 투자자였던 셈.

이를 위해 미래는 맵스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투자 형태 등으로 자금을 모아 2000억원을,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이 역시 자기자본투자나 펀드 형태 등으로 1000억원을 마련한다는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또 한 번 번복했다. 투자대상을 신주에서 교환사채(EB)로 변경한 것. 사모펀드 등으로 대한통운 신주에 투자할 경우 직접투자에 비해 펀드수수료가 붙어 펀드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뒤늦게 9~9.5%의 만기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교환사채(EB)로 투자노선을 바꾼 것이다.


최근 미래는 금호에 "내부적으로 판단한 결과 EB가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투자방법 변경가능성을 제시했고 금호는 이를 수용했다. 이로 인해 금호는 부랴부랴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는 해프닝을 벌어야만 했다.

이같은 혼선을 야기한 미래는 되레 "대한통운 인수금융 참여는 단 한 번도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해 미래에셋맵스운용 PEF본부 이사는 "SI형태든, FI든 미래에셋은 대한통운 인수전과 관련된 어떤 딜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대한통운과 같이 거론되는 것 조차 달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의 이런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 등 주요 금융사들이 대한통운 인수금융을 검토하고 또 참여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금융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이 공모펀드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투자은행(IB)업무에서는 리딩뱅크로서 역할을 하기에 역량도, 태도도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사모펀드(PEF)투자에서도 편법을 일삼아 시장의 비난을 샀다"며 "대한통운 인수금융에서 혼선을 빚는 것도 결국 정확한 투자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