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연착륙 예상하는 이유

더벨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 2008.02.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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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FX스토리]

편집자주 【편집자주】'초'를 다투며 피 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곳은 정글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에서 시작된 우려가 최근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에까지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을 둘러싼 우려감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여겨졌던 경제 펀더멘털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택시장 부진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소비나 고용시장 등 전반적인 실물 경제 지표들은 대체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주택 경기 둔화 및 이와 관련하여 비롯된 신용 경색 등 금융시장의 부실 문제에 대해 '저금리의 반사적 효과'이며 '투자의 실패'일 뿐이라고 제한하는 등 펀더멘털 악화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근래 발표되고 있는 경제 지표들은 이러한 주장을 지속할 근거로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금융시장의 리스크는 펀더멘털에 얼마나 전이된 것이며, 향후 얼마나 더 진행될 것인가? 금융기관들의 투자 실패로 손해가 확대되면서 영업이익이 둔화되고 있는 점과 신용경색 우려에 직면한 상황 등은 먼저 금융업 둔화를 초래한다.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들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데 실물 경제와 가장 근접한 대책은 고용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 및 투자 둔화로 이어질 것인데 최종수요의 지출 관점에서 소비와 투자 둔화는 결국 총생산의 증가 둔화로 연결된다.

상기 언급한 경기 둔화 경로를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금융시장 불안 확산(1단계) → 금융업 위축(2단계) → 금융업 구조조정(3단계) → 고용시장 둔화(4단계) → 소비 및 투자 감소로 인한 성장률 둔화(5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중으로 판단된다. 즉, 금융시장 리스크가 동 산업 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펀더멘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경제가 상기 언급한 경기 둔화 경로 중 5단계의 초입에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유례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 당국의 경기 둔화 방어에 대한 대응 조치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올해 들어 신용경색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채 오히려 더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가 여기에 경제 지표마저 불안한 흐름을 지속함에 따라 연준리와 미국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긴급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75bp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한편, 정례 FOMC를 통해서도 50bp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총 12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 해 9월 이후 총 225bp를 인하했으며 앞으로도 최대 추가 100bp까지는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통화당국이 공격적으로 유동성 공급 및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도 세금 환급과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 경기부양책을 마련 중이라는 뉴스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1월25일 미 행정부와 의회는 1500억 달러(미 GDP의 최소 1% 이상) 수준의 경기부양책 합의안을 도출해 냈으며 2월8일에는 상하 양원에서 총 1520억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법안이 통과됐다. 이미 부시 행정부 1기 중에도 비슷한 스펙의 경기부양조치를 시행한 바 있으나 금번 경기부양책은 세부 내용 및 규모도 이전보다 더 확대되고 정교해졌고 정책 논의에서 결정까지의 시간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연준리의 적극적인 대응 및 미 행정부의 경기 부양법안에서 무엇보다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은 경기 둔화가 한참 진행된 후가 아닌 시점에 정책 집행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및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 중 가장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은 동 정책들이 결국에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과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수준과 시기를 고민하는 동안 이미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력을 조금씩 갖추기 시작할 즈음에 뒤늦게 경기부양정책이 시행되거나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성장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하고 적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 혹은 침체가 상당히 진행된 후 경기부양책 혹은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경기 회복을 목전에 두고 시행된 부양책은 회복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번 경기부양책은 이른 바 '금융 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를 차단한다는 관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금융 가속기 이론'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과거 연구자료인 '대공황 분석'의 핵심 가설로, 금융 불안이 경기 둔화를 초래하고 경기 둔화가 신뢰 상실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재차 금융시장 붕괴를 촉진하는 가속기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3년 후반 이후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레버리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택가격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순 자산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미 지난 해 6월 버냉키 의장은 애틀란타 연방은행이 준비한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주택 모기지가 구조화되면서 금리 변화가 소비지출에 얼마나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합한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동안 미국의 주택구입자들의 금리 민감도 역시 빠르게 높아져 그동안 투자의 실패로 제한했던 금융시장 불안이 실제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동 이론은 연준리의 빠른 대응(금리 인하)의 근거로 충분하다. 각설하고, 결론적으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및 경기부양책은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경기 사이클에 대해 살펴보면, 1945년 이후 최근까지 10번의 순환국면에서 경기위축 기간은 평균적으로 10개월이었으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현재 미국이 경기 둔화 국면임을 인정하고 최근 60여년 동안의 사이클에서 확인되었던 경기위축 기간의 평균을 적용하면 미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둔화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 과거에도 미국은 경기 둔화기 혹은 금융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바 있는데, 과거 자료가 시사하는 긍정적인 포인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이후 경기 둔화가 지속된 전례는 거의 없다는 부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미 경제는 상반기까지는 경기 둔화 국면이 진행된 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美경제 연착륙 예상하는 이유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 약력]

07년~현재 :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
05년~07년 : SK증권 이코노미스트
02년~05년 :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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