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하긴 했나? 뻥뚫린 검증시스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2.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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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농지 불법취득 등 부동산 투기,자녀 이중국적,논문 표절...'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확대된 끝에 결국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 후보자 외에도 문제 장관들이 많아 오는 27~28일 이틀간 실시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만난 통합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대반격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세고, 4.9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전전긍긍하며 "문제있는 내정자는 바꿔야 한다"며 수세에 몰리고 있다.

◆"땅을 사랑할뿐 투기는 아니다"=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이 공개되고 인사청문회가 임박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속출되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온다"고 한나라당측이 탄식할 정도다.



낙마의 불명예를 안은 이춘호 후보자는 본인과 아들 명의로 전국 5개 지역의 아파트와 오피스텔,단독주택 등 40건의 부동산을 소유해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았다.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절대농지' 투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 내정자가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에 소유하고 있는 논 3817㎡이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은 구입할 수 없는 '절대농지로 확인된 것. 투기성 여부도 문제지만 환경부장관 발탁 배경인 생명의 숲 가꾸기 운영위원 등 활발한 환경,시민단체 경력이 훼손됐다는 점도 문제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박 후보자의 해명은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선진당 이혜연 대변인은 "그렇게 땅을 사랑하는데 왜 직접 경작하지 않나. 박 후보자는 땅을 사랑한게 아니라 시세차익을 사랑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자녀들의 이중국적도 문제다. 보수를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장관 후보자 자녀 32명 중 8명이 외국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정부,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자녀는 한국국적을 포기했고 남주홍,이춘호,박은경 장관 후보자 자녀들도 미국 시민권,영주권을 갖고 있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경우 제자논문 표절 의혹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 뚫렸나"= 문제가 되고 있는 장관,수석 후보자들은 당선인측이 치밀하다고 장담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인물들이다. 당선인측은 인수위가 가동된 지난 2달동안 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 소속 파견공무원 15명으로 ‘검증팀’을 운용해 5000여명의 후보군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학력 등 주요 경력은 물론 부동산 취득과정의 적법성 등 재산형성까지 전 과정을 뒤졌고, 불법적인 요소가 드러난 상당수 후보자들이 탈락했다는게 인수위측 설명이다.

하지만 그런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따라 당선인측도 당혹해하며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검증팀이 한달간 철야 작업을 하면서 불법성,파렴치 행위,치명적 부도덕성 등을 걸러 냈지만 완벽하다고 할수만은 없다"고 일부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당선자 측에서 수천명의 장관후보군 명단을 FBI에 제출하면, FBI가 몇달간에 거쳐 정밀 조사한뒤 당선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도 앞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23일 SBS 토론프로그램 '시시비비'에 출연해 "새 정부의 정무,검증 기능이 미약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장관 후보자중 부동산을 너무 가지고 있는 사람, 부동산 투기인지 의심스러운 사람이 끼어 있다"며 "이명박 당선인에게 일부 장관 후보자의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객관적 검증 시스템 미흡과 함께 ‘내 사람 앉히기' '안이한 인선기준' 등이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검증과정에서 재산과다 등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일만 잘하면 됐지.."라는 당선인의 실용주의적 시각이 치밀한 검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수위측은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가 드러난 초기 "중요한 것은 능력과 국가관이며, 재산이 많다고 정당한 부까지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감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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