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스테로이드제 투여는 치명적”

머니투데이 최태영 기자 2008.02.21 15:27
글자크기

충남대 서상희 교수팀 ‘탐식세포 억제 스테로이드, 폐렴 유발’ 규명

독감바이러스 감염 때 흔히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초로 규명됐을 뿐 아니라 독감바이러스 및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그동안의 학.의료계의 대응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충남대학교 수의과학대학 서상희(43) 교수팀은 21일 '탐식세포는 돼지의 폐에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Alveolar macrophages are indispensable for controlling influenza viruses in lung of pigs)'라는 논문을 통해 "독감바이러스 감염 시 흔히 쓰이는 스테로이드제가 사람의 폐에 존재하는 탐식세포를 망가뜨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실험용 돼지에 클로드로네이트(clodronate)라는 화학물질을 주입해 돼지의 폐에 존재하는 탐식세포(폐에 상존하며 외부 이물(異物)을 제거하는 세포)를 제거한 후, H1N1형 유행성독감바이러스를 접종했을 때 심한 폐렴을 유발해 40%이상의 돼지가 죽었다"고 밝혔다.

반면 "폐에 있는 탐식세포를 제거하지 않은 돼지는 같은 조건에서 약한 독감증세만 보였다"며 "탐식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 투여는 폐렴을 유발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팀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사람의 폐 조직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돼지 40마리를 실험 대상으로 설정, 탐식세포를 제거한 돼지와 그렇지 않은 돼지의 폐 조직에 독감바이러스를 투여하는 등 2년간의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독감바이러스 및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시 사람이 사망하는 것은 폐에 존재하는 탐식세포가 티엔에프-알파(TNF-alpha) 등 염증유발 물질을 과다하게 분비해 폐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는 가설 아래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왔다.

서 교수는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폐에 있는 탐식세포가 독감바이러스를 유발한다는 게 가설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게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탐식세포가 오히려 독감바이러스를 억압하는 데 중요하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현재 동남아 등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탐식세포의 작용을 억압하는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고 있는 데, 이는 오히려 폐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돼지 실험을 통해 새롭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생명과학연구원 권두한 박사(천연물의학연구센터)는 "그동안 사람이 질병에 감염됐을 때 탐식세포가 몸 안에서 1차적인 방어역할을 해 온다는 사실은 예측됐지만 서 교수팀이 이를 실증적으로 명쾌하게 입증한 셈"이라며 "탐식세포를 제거할 경우 병원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의 이 논문은 이 대학 대학원생 김희만(28)씨와 함께 바이러스분야 최고권위지인 `Journal of Virology' 온라인판 20일자에 게재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