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영국의 이에인 맥레오드 의원이 1965년 처음 사용하면서 일반화됐다.
반면 물가는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가 당초 전망보다 0.3% 높은 2.0~2.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지난해 4분기 실업률도 당초 4.8~4.9%보다 높은 5.2~5.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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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침체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고용사정마저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인 것이다.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연준의 판단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공개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0.4%, 연율로는 4.3% 뛰어 16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핵심 소비자물가도 0.3% 올랐다. 연율로는 2.5% 상승해 10개월래 최고였다.
달러 약세도 문제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수출은 늘어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탓이다. 실제로 1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1.7% 상승, 전문가 예상치 0.5%를 3배 이상 웃돌았다. 같은 달 중국 수입 물가도 0.8%나 상승했다. 200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 최근 경제 상황, 1970년대와 꼭 닮았다
이날 뉴욕 증시는 물가 급등 소식에 하락했으나 이내 반등했다. 연준이 의사록을 통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덕분이다.
그러나 실업률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 연준의 운신의 폭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실업률을 해결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물가를 잡으려면 반대로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조치로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채권왕 빌그로스는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신용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1%까지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약달러, 최근의 2.25%포인트 인하 등을 고려하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달 연준이 금리를 2.5%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준이 금리정책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미국이 1970년대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1970~1981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 있었다. 경제는 침체됐지만 물가는 무려 15% 급등했고 실업률도 9%에 육박했다.
리차드 닉슨 및 지미 카터 전 대통령들이 임금과 통화정책을 통제하고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물가는 잡혔지만 금리 인상은 이듬해 미국 경제를 극심한 침체로 내모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오늘날의 경제 상황이 당시와 크게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밀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물가는 신고가 경신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국제유가도 101달러까지 뛰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노동력과 노동생산성이 모두 둔화세를 보이는 탓에 잠재성장률도 떨어졌다. 1970년대와 닮았다.
◇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이 관건
↑벤 버냉키 연준 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70년대 상황이 재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해 연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지지했다.
몇몇 연준 총재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 통제가 긴박하지는 않다"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면 그때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 "금리가 3%인 지금도 경기 하방 압력은 여전하다"는 인식이 녹아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1970년대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인플레이션을 매우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연준에 주도면밀함을 주문했다.
한편 일부 정치인들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유력 후보인 존 매케인 의원은 A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버냉키 의장은 더 이른 시점에 보다 신속하게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버냉키 의장의 재신임과 관련한 질문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