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리스 패리부스'의 역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2.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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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월 인플레 압력 불구 달러 가치 상승, 주가 상승

경제학자들은 말을 할때 항상 '세테리스 패리부스'(ceteris paribus,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라는 가정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는 것은 우리가 보고자하는 특정 변수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다른 변수들은 모두 고정됐다고 가정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최근에도 '세테리스 패리부스'라는 조건을 붙여 높은 물가상승률이 약달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을 전개하고 있다. 화폐 구매력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감소한다면 결국 다른 화폐에 비해서도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전월대비 0.4% 상승했다. 예상치 0.3%를 웃도는 것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는 전월대비 0.3% 올라 역시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전년동기대비로도 1월 CPI는 4.3% 상승, 전문가들의 예상치 4.2%를 상회했다. 핵심 CPI 상승률 역시 2.5%로 전문가들의 예상치(2.4%)를 웃돌았다.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가속화됐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달러 가치는 하락했어야 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실물 경제는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분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달러/유로 환율이 전날보다 0.08%(0.11센트) 떨어진 1.4714달러를 기록한 것.

FT는 경제학자들의 가정이 이번에는 틀렸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그 가정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신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다른 복잡한 변수들도 고려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달러 강세는 미국의 지속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다른 변수가 고려된 것이다. 보통 고금리는 통화가치 상승을 이끈다. 추가 금리가 단행되지 않는다면 달러 가치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고유가, 높은 인플레율, 진행형인 신용경색 위기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이 것도 어찌보면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뒤집어 생각할 수도 있다. 아직 미국 경제 활동이 쓰러지지 않았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뉴욕 증시는 제2의 경제 대국인 일본의 최근 기업 활동 위축이 미국에서도 재현될 것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러한 부담을 일정정도 덜어줬다.

뉴욕증시는 1월 CPI 지표 발표라는 큰 악재 하나를 잘 견뎌냈다. 경제학자들 표현대로라면 1월 CPI 발표는 달러 약세와 주가 하락을 이끌어야 정상이었지만,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고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 인도를 필두로한 전세계 경제도 아직까지 생동감이 넘친다. 이머징 증시는 올들어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단 경제학자들의 '세테리스 패리부스'에 따르면 이머징 증시의 상승 추세 복귀는 곧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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