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희망청 운영자인 박광철ㆍ송병기ㆍ김류미ㆍ송지현ㆍ조성도씨.ⓒ이경숙 기자
20일 저녁, 서울 홍대 앞 갤러리 '헛(HUT)'으로 이들을 찾아갔다. 벽지도, 장판도 없는 '헛' 속으로 들어서자 20대 청년 10여명이 정적 속에 노트북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21일 오프닝파티에서 상영될, 20대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물이었다.
'희망청' 운영자들과 한 카페에 둘러앉았다. 창업인큐베이팅을 맡은 '펭도'(조성도, 25)가 정사각형 명함을 내민다. 명함에 '한장한장 유니크한 나만의 카드, 유니크카드'라 쓰여 있다. 신나는조합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을 받아 그가 직접 세운 회사다.
문화파트를 맡은 '키'(송병기, 22)는 디지털콘텐츠회사 '디지크' 대표다. 미디어와 네트워킹을 담당한 '모험'은 성공회대 재학시절부터 한 출판사에서 일하며 1년반 아까이 시리즈물을 출판했던 경력이 있다.
다들 명함이 화려하다. 그런데 '88만원 세대'란, 비정규직 전체의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인 74%를 곱한 월급을 받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던가? 명문대 재학생, 청년창업가가 88만원 세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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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으니 이 청년들, '발끈'한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세상"이란다. 어떤 대학교에 다니건, 이미 학교를 졸업했건, 요즘 20대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헤메이는 비정규직, 취업준비생 처지라는 것이다.
신중한 눈빛의 '광철'이 설명한다.
"20대의 복지가 위협 받고 있어요. 20대는 부모의 도움 없이 독립하면 바로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집니다.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 등 생활비와 벌어들이는 수입의 격차가 너무 커요. 20대들이 건강하게 이 사회에 데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모험'이 덧붙인다. 그는 대학 때부터 각종 단체와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생, 인턴으로 생활했다.
"피스보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한 후,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내'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희망청을 통해 이 시대의 '내' 문제인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물꼬를 트고 싶어요.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네트워킹하면서."
희망청은 올해 '88무브먼트(movement)' 캠페인을 벌이며 20대의 '의식주' 복지를 위한 정책 제안, 파워블로거 토론회, 미디어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창업인큐베이팅, 좋은 알바 자리 등 20대 청년실업자들을 위한 실질적 도움도 제공하겠단다.
희망청은 원래 2006년 실업극복국민재단이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을 찾아갈 희망공간'이라는 컨셉트로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30대 주축의 '전국백수연대'에서 운영하다가 올해부턴 사회적기업 '노리단'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5명의 희망청 직원들은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 의미에서 월급도 88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오프닝파티는 21일 오후 3시 서울 홍대 앞 갤러리 '헛'. 희망청 관련 문의는 실업극복국민재단(02-335-3767)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