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서도 '팍스 아메리카나' 저문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2.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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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친디아 등 개도국이 더 큰 영향 발휘

원유 시장에서도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향력이 저물고 있다.

유가가 종가, 장중 최고가 모두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경제가 호황일 경우 유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침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수요가 더이상 유가를 좌우하는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CNN머니가 2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CNN머니는 이미 유가는 미국의 수요의 힘을 벗어난지 오래됐으며 △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의 강한 원유 수요 △ 석유제품 보조금 △ 약달러 △ 금융 대체 투자 수요 △ 미 금리 인하 영향 등에 좌우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73센트 오른 100.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종가 기준으로 전날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이틀째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장중 101.32달러까지 치솟아 장중 최고가도 경신했다.



유가는 지난 2주간 무려 14달러나 급등했다. 최근 2주간의 유가 급등에는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갈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 전망, 약달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논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라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유가 100달러 상황에서 OPEC의 감산은 정당화되기 힘들다"면서 "전세계 경제가 유가 때문에 침체가 가중된다면 OPEC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만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에 따른 대체 투자 수요 유입, 불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개발도상국 원유 수요, 휘발유 등 석유류 보조금 지급 등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요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피맛의 에너지 리서치 헤드인 안트완 하프는 "유가의 최근 급등은 금융 위기에 대한 헤지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불안으로 오갈데 없어진 자금이 원유 등 상품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점이 유가 상승의 큰 원동력이라는 지적이다.

또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의 원유 수요는 예년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의 원유 수요는 지금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에 따르면 올해 하루 원유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14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개도국 기여분이 100만배럴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불황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개도국들은 자국 중산층 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임스 크란델 리먼브러더스 애널리스트는 "개도국들은 미국이 침체에 빠지더라도 독자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들 지역의 원유 수요 증가율은 침체가 오더라도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ARC 파이낸셜의 수석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테르자키언은 "강한 경제는 미국의 지구 반대편에 있다"며 인도와 중국이 원유 수요 증가의 근본 원인임을 지목했다.

많은 국가들이 유가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점도 원유 수요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휘발유나 난방유 가격이 자유시장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국민 생활 안정 명목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휘발유 보조금 등을 지급한다.

크란델은 "이 같은 유가 보조금은 원유에 대한 수요를 줄일 유인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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