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M&A 승리비결은 '파격' 컨소시엄?

더벨 김민열 기자, 현상경 기자 2008.02.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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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의 M&A 이면]②

이 기사는 02월21일(13: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인맥 등 총동원 대우建 외 10곳 참여
-우선협상자 선정 후 컨소시엄 흔들려


금호아시아나 (10,400원 ▼10 -0.10%)그룹이 대한통운 (94,700원 ▲400 +0.42%) 인수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기업들을 컨소시엄에 합류시킨 포트폴리오 전략이었다.



STX, 현대중공업 등 다른 경쟁사들이 계열사만으로 조촐하게 팀을 꾸린 것과는 달리 금호측은 인수 전에 뛰어들었던 다른 후보(효성, 농협)를 포섭한 것은 물론 내로라하는 기업까지 두루 포함시킨 파격적인 조합이었다.

외형상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대기업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지배구조의 다양성 측면에서 법원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금호 측이 본 입찰 당시 제출한 멤버는 인수 주체인 대우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10곳. 우선 그룹 내에서는 컨소시엄 대표로 나선 금호아시아나를 비롯해 렌터카, 금호P&B화학 등 3곳이 동원됐다.

금호 계열사 4곳 외에 효성, 롯데, 대상, 코오롱, 고려강선 등 모두 5개 기업도 컨소시엄 멤버로 배치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에 대해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투자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동 투자가들이 맡은 금액은 모두 1750억원.


롯데가 750억원을 투자하는 것 외에는 대상 500억원, 코오롱 300억원, 효성과 고려강선이 각각 1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늬만 전략적투자자(SI)일뿐 투자규모는 재무적투자자(FI)에도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나아가 이들 기업이 대한통운 지배구조의 변화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 법원의 채점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금호 측이 투자규모도 얼마 안되는 기업들을 총동원한 이유는 뭘까. 해당 기업은 왜 흔쾌히 응했을까.

우선 투자규모가 가장 적은 효성과 고려강선은 금호의 '콜'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M&A시장 전문가는 "두 기업 모두 금호타이어의 납품회사여서 금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효성의 경우 이명박 당선인과 사돈이라는 타이틀이 금호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호사가들은 참여정부에서 대우건설이라는 '대어(大漁)'를 인수한 금호가 이번 딜의 최종 결정이 이뤄질 이명박 정권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박삼구 회장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참여 기업 오너들에게 직접 부탁할 정도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대상의 경우 금호와 사돈관계여서 투자결정이 쉽사리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박현주씨는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자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이다. 롯데는 물류비 절약을 노린 '전략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 측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투자규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제휴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는 이처럼 혼맥과 인맥을 총동원해 컨소시엄을 만들었지만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균열조짐이 일고 있다.

당초 멤버였던 미래에셋은 조건이 맞지 않아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향을 틀었다.

컨소시엄 멤버가 교체될 경우 법원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된다. 본계약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협상자 선정당시 약속한 내용이 달라질 경우 '매각의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원의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원 변경에 대해 금호 측으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당초 제안한 내용과 바뀐 부분이 있다면 별도로 승인여부를 가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력 인수자(대우건설, 아시아나)를 제외한 멤버교체는 입찰 당시부터 법원이 허용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I로 참여한 기업들의 투자규모 역시 제재대상이 아니다.

결국 컨소시엄 멤버를 화려하게 포진시켜 점수를 딴 금호의 전략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금호측은 일단 우선협상자 선정이 되고 나면 컨소시엄이 흔들려도 대세에 영향이 없다고 봤다.

그게 '전략'이든 '꼼수'이든 결국 금호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역으로 보면 1000억원을 더 써내고도 떨어진 STX를 비롯, 다른 인수 후보들은 이런 '잔머리 싸움'에서 졌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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