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나의 와인스토리', 별을 마시다

전두환 신한카드 부사장 2008.03.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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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전두환의 '나의 와인스토리'

전두환의 '나의 와인스토리', 별을 마시다


나는 파리에 갈 때면 생각나는 두 남자가 있다. 세느 강변의 아름다운 노트르담 성당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그곳의 종지기이며 추악하게 생긴 꼽추 콰지모도가 그 하나다. 그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만나 노트르담보다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된다.

겉으로 들어난 추함보다 진실한 마음이 더욱 소중함을 잘 모르던 20대 초반시절, 나는 콰지모도처럼 에스메랄다를 열렬히 사랑했다.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를 개봉관부터 동시상영관까지 따라다니며 열번은 본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에스메랄다를 사랑했는지 고혹적인 여배우 지나 롤노브리지다에 빠졌는지 아니면 그녀를 둘러 싼 세 남자, 주교, 근위대장, 종지기들의 비극적인 운명에 우리 인생은 정말 그 '숙명'이란 단어처럼 이미 정해져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 모호하지만 그녀의 붉은 드레스와 손만 까딱하면 기막힌 춤이 되는 명연기는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샹퍄뉴지방에 랭스라는 도시가 있다. 프랑스 초대 왕 클로비스가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이곳 대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후 역대 프랑스 왕들은 프랑스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이 장엄한 노트르담대성당에서 대관식을 거행하였다. 유럽의 웬만한 도시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Notre Dame, 영어 Our Lady- 성모 마리아를 모신 성당이 있다.



랭스에는 듣기만 해도 와인 애호가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이름들 Mumm, Krug, 뵈브끌리꼬(Veuve Cliquot), 루이 로드러(Louis Roededer), 루이나르(Rouinart), 때땡져(Taittinger), 뽐머리(Pommery) 등 메이저 샹파뉴 하우스가 있다. 또 이웃도시 에페르네에는 모에 썅동(Moet & Chandon), 폴 로져(Pol Roger)가 있다. 샹파뉴의 영어식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한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17세기 샹파뉴지방 오빌레르 수도원의 와인담당 수사신부였던 동 페리뇽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가진 그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자 애써 왔다.

그러나 그곳은 와인 재배의 북방한계선에 위치하여 추운 겨울이면 발효과정이 멈추었다가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재개되는 시기에 와인 병이 압력을 못 이겨 폭발하는 사고가 빈발하였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어느 날, 그는 탄산가스로 가득 찬 와인을 마시고는 이렇게 외쳤다. "형제여, 나는 별을 마셨습니다."


샴페인은 피노누아나 샤르도네로 화이트 와인을 만든 후 유리병 속에 다시 효모를 넣어 이차발효를 하며 이 과정에서 생긴 탄산가스를 남기고 발효과정의 찌꺼기만 제거하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지는 가장 귀하고 값비싼 와인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중 상파뉴 지방에서 나는 거품 포도주만이 삼페인이란 명칭을 쓸 수 있게 법으로 보호된다.

나는 오늘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을 위해 마당에 아직도 많이 쌓여 있는 눈 녹인 물에 삼페인을 담아 준비하였다. 시원함과 신선한 풍미와 생기 넘치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2억5000만개의 작고 섬세한 기포를 즐기며 말한다. "친구여, 우리는 오늘 별을 보았습니다."



여인 앞에 감히 나설 수 없던 몰골을 한 콰지모도가 지고한 사랑을 꿈꾸고 찬란한 은하수같이 반짝이는 별들, 그래서 눈으로 즐긴다는 샴페인을 장님인 페리뇽이 만들었다.

"형제여, 나는 오늘 별을 마셨습니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누구에게나 인생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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