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에 '힘 주세요'

김선민 건보심평원 심사평가위원(예방의학전문의) 2008.02.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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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다가가는 심평원]

이제 아기를 낳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한국 여성들이 일생 평균 두 번도 겪지 않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 어렵다고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만큼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한 관심 역시 지대하다.

임신을 하고부터 산후 관리를 받기까지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그중 으뜸이 되는 것은 역시 어디서 아기를 낳을까 하는 것이다. 한 집 지나 병원이라지만, 막상 어느 병원에서 아기를 낳아야 할 것인지를 고르기는 막막하다.



자궁은 아래쪽으로 향한 입구를 가진 주머니의 형태로 돼 있다. 아기를 잘 보호하고 있다가 낳을 때가 되면 아래쪽 입구(질과 경부)가 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방법과는 달리 제왕절개술이라는 인위적인 방법이 있다. 자궁 경부나 질 쪽에 문제가 있어서 자연 분만을 하다가 위험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 산모와 아기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산모에게는 출혈과 산후 감염 등의 합병증이 자연분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복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도 심하고, 회복이 더디다. 마취로 인한 문제도 있고, 모유 수유도 어렵다. 자궁벽을 인위적으로 가르는 것이므로 상처가 남고 이 상처로 인해 다음 번 출산할 때에는 자연분만을 쉽게 하기 어려워진다. 제왕절개술을 반복하면, 임신 자체가 잘 안되기도 한다.



그런데, 의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좋은 자연분만을 하도록 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왕절개술에 비해 자연분만을 하려면 오랜 시간 동안 산모를 지켜봐야 한다. 수술 시간을 인위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야간에 아기를 받아야 할 확률도 높아진다. 통증을 못 참겠으니 수술을 해달라는 산모를 잘 설득하여 자연분만을 하다가 의료사고라도 발생하면 환자나 사회로부터 많은 원망을 듣게 된다. 의사 입장에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억울한 오명까지 쓰게 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많이 권장한다는 것은 의사로서 양심적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느 병원이 자연분만을 많이 한다는 사실 뒤에는 이런 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www.hira.or.kr 국민서비스 병원정보/병원진료정보 중 진료정보 검색에서 제왕절개분만평가결과를 검색하면 지역별로 의료기관 명단이 나온다. 연간 100건(반기 50건) 이상 분만을 실시한 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해당 기관의 제왕절개분만율을 높음, 보통, 낮음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 기관에서 실시한 분만건수도 제시되어 있다. 물론 중증 질환이 있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서 제왕절개술을 실시하게 될 확률이 높은 산모들은 일부 큰 병원에 많이 가게 되는데 이런 사항을 모두 보정해서 평가한 결과이다.


같은 홈페이지에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대한 알기 쉬운 지식도 제시돼 있다. 지금은 홈페이지 개편 문제로 일부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만 나와 있지만,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 산부인과의 기관별 분만 건수를 확인할 수도 있다. 가고 싶은 산부인과가 분만을 하는지 안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의사가 자연분만을 권한다면 한 번 믿고 따라보자. 몇 날 몇 시에 제왕절개수술 해달라는 전근대적인 부탁은 없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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