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의 M&A 이면]①'팽'당한 농협

더벨 김민열 기자, 현상경 기자, 박준식 기자 2008.02.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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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대한통운 인수과정서 투자참여 받은 후 인수자 선정 뒤 '돌변'

이 기사는 02월20일(10: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한통운 최종 인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실사를 마친 금호측은 20일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한 뒤 오는 3월초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우선협상자 선정이후 금호측은 인수금융 과정에서 무리한 금리인하 요구로 금융권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약속을 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말 바꾸기' 차원이 아니라 도덕성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이 문제다. 단숨에 재계 6위 기업으로 떠오른 금호이사아나가 대한통운 인수 이후 행할 자금회수 계획과 인수금융에 대한 시리즈에 이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보여준 금호측의 행태를 통해 M&A전략의 또 다른 일단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승자의 여유를 넘어 도덕성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



자금모집 과정에서 비용 최소화를 위해 대한통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투자자들을 내치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인수경쟁 당시에는 일정수익까지 보장하면서 투자자들을 '초청'했지만 정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는 "이제는 필요없다"며 외면하고 있는 것.

특히 금호는 일부 투자자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희생자는 농협이다. 작년말 대한통운 인수전이 한창일 당시 농협은 전략적투자자(SI)로 단독 참가했다가 이를 포기하고 금호측과 협상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기로 합의, 지난달 16일 서울지방법원에서 금호컨소시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는 이미 우리, 신한, 국민 등 3개은행에 인수금융 주관업무를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농협 또한 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농협에서도 자금을 차입할 것이며 이 중 일부는 교환사채 투자로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금호의 제안을 믿고 농협은 금호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러나 정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본계약을 앞두고 금호의 태도가 돌변했다. 금호의 대한통운 인수에서 인수금융 주관업무는 물론, 인수대금 차입(Loan)과 교환사채(EB) 투자분야에서도 완전히 제외된 것.

무엇보다도 4조1040억원의 인수금융 가운데 1조900여억원 가량을 조달하기로 한 EB분야에서 2조원을 크게 웃도는 투자확약금을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금호는 EB자금 확보를 계기로 국민 등 3개 은행들에게 투자확약서(LOC)단계에서 요청했던 차입금 규모를 절반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조2000억원 가량을 3개은행에서 차입하기로 했으나 이 금액을 6000억원까지 낮추겠다는 것. 금융비용만 놓고 보면 차입보다는 EB쪽이 단기적으로 금호측의 인수자금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3개 은행 측은 "인수가격이 무려 4조원을 넘는데 시중은행 1곳당 고작 2000억원씩만 빌려주면 수익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 은행은 농협도 공동주관사로 참여시킬 수 있다는 금호 측의 의견을 미리 전달 받지 못한 탓에 이에도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시중은행들의 이런 반발을 근거로 농협 측에 "차입규모가 줄어들것 같은데다 다른 은행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며 대한통운 인수금융에서 빠져 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금호는 3개 은행에 "차입규모를 다시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협상하면서 최근 CD금리 인하추세 등을 근거로 삼아 차입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차입주체인 대우건설에 CD금리+2%포인트(200bp), 아시아나에는 CD금리+250bp 수준의 금리를 받기로 했던 3개 은행은 이 같은 금호의 요구를 받아들여 약 30bp안팎의 금리인하를 협의중이다.

결국 금호는 농협을 이용해 차입금리인하라는 카드까지 거머 쥔 반면 이름을 제공한 농협은 이름값을 받기는 커녕 금리인하의 도구로까지 전락하게 됐다.

이로 인해 농협 고위 관계자들은 금호측과의 관계단절을 요구할 정도로 격앙돼 있다.

금호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태도가 도를 넘어서면서 금융회사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투자금이 몰려있는 EB자금 분배에서도 금호는 원하는 이들을 골라 투자규모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며 "대한통운 인수로 금호에 질려버린 금융사들이 한 두 곳이 아닌데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금호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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