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전 없는 ELS, 오해부터 풀어라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2.21 14:16
글자크기

[투자IQ를 높여라]파생상품의 세계⑵

일반적으로 주식연계증권(ELS)의 특성을 말할 때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middle risk, middle return)'을 언급한다.

이 때문에 ELS는 직접 투자보다 손실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적어도 시중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할 때 찾는 상품으로 인식이 굳어졌다.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지만 최고 30%대 수익률을 제시하는 홍보자료를 보면 고수익 상품이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품 구조에 따라 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큰 경우도 있고,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품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모르는 상품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얘기다.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오해를 풀어보자.

◇ 기초자산 종목 수 많으면 안전하다?

대부분의 ELS는 하나가 아니라 2개 이상의 개별 종목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각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발행 당시 제시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식이다.


국내 우량주에 이어 국내외 개별 종목이나 주가지수의 조합이 ELS의 기초자산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그런데 기초자산이 많으면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과연 유리할까. 일부 투자자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초자산이 많을수록 최고 수익률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자산이 많아서 유리하려면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조건을 충족시키면' 제시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라야 한다. 반면 대부분 ELS의 수익 구조는 '모든 기초자산이 정해진 조건을 만족시켜야'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 되었다.

즉 복수의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조건에 어긋나면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한편 최근 많이 출시되는 스텝다운형 ELS의 경우 복수의 기초자산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하락률이 큰 종목을 기준으로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 30%짜리 ELS 6개월만에 조기상환하면?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킬 때 최고 30%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ELS가 6개월만에 조기상환 되었다. 6개월만에 투자 원금의 30%에 달하는 고수익을 손에 쥘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품에서 말하는 30%의 수익률은 연 수익률을 말한다. 따라서 ELS가 6개월만에 조기상환될 때 투자자가 얻는 수익은 실제 투자 기간인 6개월에 해당하는 만큼으로 제한된다.



즉 연 30%의 수익률 가운데 6개월분인 15%를 얻는 셈이다. 상품설명서에 별도로 특정 기간에 대한 수익률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제시한 수익률은 조기상환이 아닌 연 기준이라고 봐야 한다.

투자자들이 ELS에 대해 또 한 가지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세금이다. 주식 매매로 올린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ELS 역시 수익증권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하지만 ELS로 수익을 내면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 직접 투자보다 안전하다?



ELS가 직접투자보다 안전할까. 수익률은 더 유리할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즉, 기초자산의 주가 움직임과 ELS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기초자산이 앞으로 1년 동안 20% 이상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10%의 녹아웃 ELS보다 직접 투자가 낫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하락에 대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ELS가 유리할 수도 있다.

김대중 교보증권 목동지점장은 "직접 투자에 비해 ELS는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령 오를 것이라고 믿고 투자한 종목이 10% 가량 하락한 경우 직접 투자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반면 ELS는 상품 구조에 따라 10% 하락에도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ELS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직접투자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ELS는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 또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길게는 몇 년 동안 투자원금이 묶여 있다가 결국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김대중 지점장은 "직접 투자와 ELS를 비교할 때의 장단점은 기초자산의 가격 전망과 ELS의 구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과 상품 구조를 제대로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변동성이 클 때 적합한 상품이다?



변동성이 클 때 ELS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때 제시하는 수익률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변동성이 클 때 가입하면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증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그만큼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손실에 대한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는 크게 오를 수 있는 동시에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내포된 것이며 아래로 변동성이 커지면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그만큼 커지는 것.

김대중 지점장은 "변동성이 크면 ELS의 수익률을 높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 이익을 볼 확률이 높은 한편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손실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