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회사채 시장의 미꾸라지?

더벨 김동희 기자 2008.02.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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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 이후 채권 모두 '수수료 녹이기'… 수수료도 최저수준

이 기사는 02월19일(14:1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의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뿌리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에 제공하는 인수 수수료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녹이기'란 발행 채권을 비싼 가격(낮은금리)으로 증권사에 넘긴뒤 싼가격(높은금리)에 투자자에게 되팔도록 하는 것으로 회사채 인수 증권사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해당 기업은 조달금리를 낮추는 이익을 취하지만 증권사가 정당하게 받아야할 수수료 수익을 빼앗는 결과가 된다.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발행한 2조800억원의 공모사채(14건) 모두가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수위도 점차 높아져 단 한 푼의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대한항공의 '수수료녹이기'는 2005년 3월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년짜리 무보증 공모사채 3000억원을 발행수익률 4.76%에 매출했다. 당일날 유통수익률은 4.77%로 0.01%p 밖에 높지 않았으나 이튿날인 3월9일 유통수익률이 4.84%로 뛰었다. 연간 0.08%p 정도를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인수 증권사에 떠넘긴 것이다.

당시 0.25%가 인수 수수료임을 감안하면 3년간 0.24%의 손실을 증권사에 넘긴 것으로 수수료 수익은 0.01%로 줄어들었다.


2005년 5월25일 발행한 2000억원의 공모채권은 발행수익률보다 연간 0.06%p 높은 금리로 증권사가 인수했다. 당시 3년짜리 인수 수수료(0.20%)를 감안하면 증권사 인수수수료는 0.02%로 줄어든다. 5년짜리는 0.30%가 인수수수료였지만 증권사는 단 한 푼도 수수료로 건지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인수수수료는 업계 최저수준으로 3년짜리는 발행금액의 0.20%, 5년짜리는 0.30%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발행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년에 0.10%(3년의 경우 0.3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수수료 녹이기는 'A-'의 동일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SK케미칼이나 하이닉스반도체 등과 대조를 이룬다.

SK케미칼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8종목의 공모채권 가운데 단 한건도 수수료 녹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수수료도 발행금액의 0.30%를 제공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 2006년 12월 이후 발행한 6종목의 채권 가운데 단 한건도 수수료 녹이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증권사에 주는 수수료는 3년짜리 채권에 0.35%를 제공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은 수수료를 녹이는 관행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대한항공의 경우는 신용등급을 감안해도 정도가 심한 편이어서 시장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라는 비아냥을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감독당국은 증권검사국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해 불건전 거래관행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도 수수료 녹이기 거래관행 등을 잘 알고 있다"며 "증권 검사국의 실태 파악 등을 통해 이 같은 잘못된 거래관행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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